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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상식과 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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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당장 붙어볼까? 지금 붙을까? 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금주법 시대, 법적 정의를 지키려는 비밀경호국 요원 네스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의 대결을 그린 영화 '언터처블'입니다. 주변을 다 매수한 알 카포네를 네스가 잡기란 불가능합니다. 자신만만한 카포네는 네스를 비웃습니다. 모두가 정의를 찬양하지만, 세상에서 정의만큼 결핍된 것도 없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고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고,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 백현동 부지 변경이 국토부 협박 때문이었다는 발언 내용 모두를 법원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1심 징역형이 2심에서 완전히 정반대로 바뀐 겁니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을 돌아보고 더 이상 국력 낭비하지 않길 바랍니다. 사필귀정 아니겠습니까?"

이 대표는, 검찰과 정권이 증거와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합니다.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국토부가 협박했다"고 주장한 건 어찌 봐야 할지요. 재판부는 "과장은 있지만 허위로 볼 수 없다"는데, 관련 공무원들이 그런 적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걸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게 옳은지는 논란입니다.

이 대표 발언이 유권자 판단을 그르칠 부분이 아니라는 내용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백현동 특혜 의혹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던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 선거 때도 TV 토론에서 한 친형 강제입원 관련 발언 때문에 지옥까지 갔다가 권순일 대법관이 주도하는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 대표를 살렸습니다.

거짓말인지, 거짓말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얼마나 인식하고 했는지, 일일이 따지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명백한 거짓 논리를 과장 정도로 치부하고, 의견 표명 정도로 본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숨 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금언 소개합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을 계속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정치가', 특히 유력 대권주자의 한마디는 무겁습니다. 국가의 운명도 좌우합니다.

1심과 2심이 극명하게 갈린 만큼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빠른 시일 내에 최종 결론을 내는 게 맞습니다.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3월 26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상식과 순리대로'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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