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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우체국서도 은행 업무 본다"…'은행대리업' 이르면 7월 도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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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은행업 대리 허용…전국 2500개 우체국 활용 '주목'

은행-우체국 '서로 윈윈' 가능…"편의점·대형마트 추후 검토"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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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르면 7월부터 전국 2500여 개의 우체국에서도 은행의 예·적금, 대출, 이체 등 주요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NH농협은행이 국민은행의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연내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대리업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은행 영업점 폐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A 씨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매번 버스를 타고 시내 은행을 방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우체국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또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 B 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 영업점이 폐쇄되면서 불편을 겪었지만,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가까운 다른 은행 창구를 통해 기존 주거래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실제 은행들의 참여 여부 등 실무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해부터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도입을 차분히 준비해 왔으며, 은행들도 우체국 등 외부 채널을 활용한 대면 영업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2500개 우체국 활용에 '주목'…"편의점·대형마트 추후 검토"

은행대리업은 기본적으로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의 업무를 대행하는 만큼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춘 기관에 한정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광화문지점이 농협은행과 은행대리업 계약을 맺으면, 해당 지점에서도 농협은행의 대출 상담 같은 업무가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우체국도 예외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우체국은 전국에 약 2500개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일부 은행의 입금·출금 등 기초 금융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초은행(우편저축은행)이 3000여 개 우체국을 은행 대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대형마트 등 비금융 일반법인에 대한 은행대리업 허용 여부는 당장 시행하지 않는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브리핑에서 "일본도 편의점 등 비금융기업을 대리점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며 "우선은 금융사 중심으로 시행하되, 장기적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대리업은 '인가제' 운영되며, 은행이 직접 운영할 경우에는 간소화된 '신고제'가 적용된다. 은행대리업자가 은행의 모든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상담,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대면 창구 업무에 한정되며, 대출 심사나 승인 같은 은행의 건전성과 직접 관련된 업무는 은행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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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우체국 '서로 윈윈'…은행 간 대리는 '글쎄'

금융위는 은행대리업을 제도화하기 위해 '은행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법 개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안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시범 운영을 먼저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점은 이르면 7월로 예상된다. 은행대리업 시범 운영도 3분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은행들의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특히 은행 대리업자가 업무를 수행하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은행이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소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작년부터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시중은행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전반적으로 관심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도 채널 확대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우체국 역시 TF에 참여해 정책 내용을 공유받았고, 신사업 및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 간 대리업무 수행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은행이 서로의 상품을 대신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과장은 "제도적으로 길을 열어두는 것이며, 실제 활성화 여부는 각 회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은행 공동 ATM 및 편의점 입출금도 활성화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 공동 ATM(현금자동입출금기) 확대도 추진한다. 현재 4대 은행(신한·우리·하나·국민)은 인구 감소 지역의 전통시장에 공동 ATM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타 은행의 참여가 부족해 활성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공동 ATM 운영비를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인정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은행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편의점 내 입·출금 서비스 활성화도 병행 추진한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는 카드 기반 소액 출금과 잔돈 입금 서비스를 제공 중이나, 물품 구매 없이 출금이 불가능하고, 실물 카드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무결제 출금 허용, 입출금 한도 상향, 모바일 현금카드와의 연계를 통해 언제든 간편한 현금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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