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성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김 시장에게 사과 요구
김두겸 울산시장의 산불 현장 발언이 국내 젠더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울산 지역사회에서도 김 시장을 옹호하거나 규탄하는 단체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왼쪽은 27일 기자회견을 가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 오른쪽은 울산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최수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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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울산 산불 현장에서의 김두겸 울산시장 발언을 두고 27일 울산지역 5개 구군 공무원 노조와 울산시청 공무원 노조가 상반된 입장을 내며 노노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는 불필요한 논쟁 대신 신속한 진화에 집중해 줄 것을 호소했고, 울산여성의전화 등 시민사회단체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김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논란과 갈등에 휩쓸리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이하 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울산시장의 막말로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상처를 받았다"라며 "일주일간 산불 진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모든 공무원이 허탈함을 넘어 자괴감 마저 들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말 핑계보다는 진화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 장구를 지급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27일 김두겸 울산시장 산불 현장 발언 논란과 관련해 지역 5개 구군 공무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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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에는 지역 5개 구군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반면 울산시청 근무 공무원들만 가입돼 있는 '울산시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시청 노조)은 이어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두겸 울산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곡해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등 모습을 볼 때 공직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맞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전공노 울산지역본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느닷없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헛발질할 힘이라도 있으면 지금 당장 산불 진화에나 동참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청 공무원 노동조합 임원들이 27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울산시장의 산불 현장 발언을 곡해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며 울산지역 5개 구군 공무원 소방 공무원이 가입해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최수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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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도 오후 1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이 위협당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논란을 조장하기 보다 시민의 안전과 피해 최소화가 최우선이다"라며 "지금은 성별을 논할 때가 아니라 산불을 조속히 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인 만큼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고 성별을 초월한 협력과 단합을 통해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울산여성의전화, 울산여성연대가 앞장선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노동단체도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성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성별 갈라치기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공개, 성평등 기반 조직 문화 조성, 재난행정 혁신안 등을 요구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4일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산불 진화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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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 중 "산불이 발생하면 우리가 투입하는 공무원은 한계가 있고, 특히 요즘은 여직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악산(惡山·험한 산)에 투입하기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 "군에서 병력을 보내줬는데, 우리 젊은 군인들이 잔불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용이할 것 같다"라면서 "동원에 응해준 군부대에 감사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부연한 대목인데, 이 발언이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젠더 문제를 건드리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당시 발언을 담은 동영상이나 관련 보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빠르게 퍼졌고, 해당 게시물에는 성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댓글로 달렸다.
언론 보도 댓글에는 '시장이나 되는 공직자의 발언이 맞느냐'거나 '각자 위치에서 함께 고생하는데, 저런 식으로 남녀를 갈라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에 '현실의 고충을 있는 대로 얘기한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라거나 '여성 비하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여성들이 나서라'면서 김 시장의 발언에 수긍할만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일부는 '남녀 차별 의도가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 것인데, 굳이 이상한 의도로 몰고 가느냐'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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