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산불 확산에 축제 축소 개최하기로
“오랫동안 준비한 축제, 전면 취소 어려워”
일각선 “국가적 재난 상황에 축제가 웬 말” 비판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국내 최고의 봄축제인데 무조건 취소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죠.”
진해 로망스다리. 창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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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개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심각한 국가적 재난 상황을 고려해 올해 축제를 축소해서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축제를 여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시는 수 개월간 진해군항제를 준비했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현실적 여건에 따라 축제를 전면 취소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27일 창원시에 따르면 제63회 진해군항제가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진해군항제는 국내 최대 벚꽃축제로 꼽힌다. 2023년 42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지난해엔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303만명이 다녀갔다. 창원시와 진해구는 올해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꽃쇼는 물론 유명 가수들이 참여하는 뮤직 페스티벌과 진해군악의장페스티벌 등 공연이 기획됐다.
진해군항제 홍보 이미지. 창원시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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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형 산불이 경상도를 뒤덮으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같은 경남 지역의 산청·하동은 물론 경북지역의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창원시는 축제 취소를 고려했으나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진해군항제의 정신인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받들어 국난을 극복하고, 시민과 국민이 하나 되는 행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창원시의 해명에도 축제 개최 강행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7일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 산불 흔적이 가득하다. 왼쪽은 산수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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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31)씨는 “아무리 불꽃쇼를 취소하고 애도하는 분위기라도 해도 축제는 축제”라며 “한쪽에선 사람들이 죽어가고 진화대원들은 목숨을 내놓고 화마와 싸우고 있는데, 한쪽에선 꽃구경하며 웃고 떠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강 건너 불구경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모(45)씨는 “산불 피해는 안타깝지만 이미 다 준비된 축제를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낳는 행위”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산불 진화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마음속에 새기는 분위기에서 축제가 진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민가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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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권역별로 보면 경북이 사망 22명, 중상 3명, 경상 16명 등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은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명이었고 울산에서는 경상 2명이 나왔다. 주민 대피 인원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3만718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산불 피해가 가장 큰 의성·안동에서만 2만9911명이 나왔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1만67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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