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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Cooking&Food] 416일 만에 쉼표 찍고 돌아온 '모수'…안성재 셰프 "잊지 못할 추억 선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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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다이닝] 화려한 타이틀 뒤로 하고 따스함 입은 ‘모수’…경리단길에 새 보금자리





고객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설계

네 종류의 ‘작은 한입들’부터

‘전복 타코’ ‘도토리 국수’까지

최고의 정성 담은 음식 제공

중앙일보

사진 위는 한우 샐러드를 조리 중인 안성재 셰프. 아래는 부드러운 유선형과 쏟아지는 채광이 인상적인 모수의 2층 공간으로, 가구는 모두 안 셰프의 취향이 반영됐다. [사진 김성현]


중앙일보

모수가 돌아왔다. 2018년 미쉐린 1스타, 2019년 2스타에 이어 2022년 마침내 3스타.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모수는 지난해 1월 잠시 쉼표를 찍었다. 그 사이 안성재(43) 오너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최고의 스타가 됐고, 모수 역시 덩달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416일 만에 모수가 다시 오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높은 관심이 쏟아졌다. 새로운 모수가 문을 연 지난 22일, 경리단길의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한남동 시절 모수가 웅장함을 안겼다면, 경리단길로 옮긴 모수가 선사하는 첫인상은 따스함과 포근함이었다. 품위를 갖춘 동시에 깊이 있는 취향을 지닌 누군가의 저택에 방문하는 기분. 남산을 등에 지고 거대한 통창으로 수많은 나무와 꽃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생동감이 느껴졌고, 붉은 체리나무의 가구들은 말갛고 뽀얀 화이트톤의 건물 속에 더욱 빛을 내고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조경과 가구 등은 안성재 셰프의 취향과 스타일이 깊게 반영된 것이다.

지독할 정도의 디테일은 여전했다. 정교하게 배치된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을 비롯해 커트러리와 각종 기물조차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이 제 자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게 배치돼 있었다. 조명, 온도, 습도는 기본이고 은은하게 귓가를 맴도는 선율과 키친의 작은 소리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그 무엇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에서 온전히 식사만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구성과 노력은 곳곳에서 빛났다.

사진 왼쪽부터 모수의 오종일 헤드 셰프와 안성재 오너 셰프,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진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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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와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진범(37) 매니저는 실제로 모든 부분에 있어 고객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동선은 물론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것과 의자의 위치까지, ‘cm’ 단위로 측정하여 계획한다고. 김 매니저는 “‘편안하게 먹었다’는 것에 모든 의미가 함축됐다고 생각하기에 모수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의 편안함이다. 모수는 그 누가 오셔도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저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한 번의 출발선에 서 있는 안성재 셰프에게 새로운 모수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그는 ‘모수’ 그 자체라고 답했다. “모수는 모수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손님마다 삶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실지는 개인마다 다를 거예요. 삶에 오래도록 남을 행복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맛의 여행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히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 찾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제대로 준비했으니, ‘모수가 모수했다’라는 것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다이닝의 주인공인 요리는 어떨까. 1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첫 순간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매 순간 최대치의 즐거움과 만족도를 선사했다. 먼저 네 종류의 ‘작은 한입들’은 감자를 채운 김 컵에 가리비와 숭어알을 올린 요리와 각종 채소를 화덕에 구워 만든 요리로 시작됐다. 모수를 상징하는 메뉴와도 같은 ‘전복 타코’ 역시 여전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전복과 바삭한 유바, 깊고 진한 바다향이 가득한 감태와 훈연 풍미를 더한 라임까지, 완벽한 식감에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모수가 문을 열었던 순간부터 현재까지 안성재 셰프와 함께하며 주방을 책임지는 오종일(35) 헤드 셰프는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수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년을 일했지만, 모수의 음식은 저 역시 쉽게 정의하기가 어려워요. 단순히 제철 재료를 사용하거나 재료가 가진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저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제일 맛있는 동시에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모든 요리가 대표메뉴인 셈이죠.”

오종일 셰프의 표현대로 모수의 음식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구운 참깨를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의 두부 형태로 빚어낸 뒤 안을 성게알로 채우고 달래로 마무리한 요리도 그러했다. 성게알과 참깨 모두 고소하지만, 각각 다른 뉘앙스의 고소함을 갖고 있기에 맛의 레이어가 한층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위에 올라간 달래는 성게알의 진한 풍미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임팩트를 가지고 있어 작지만 강한 킥으로 다가왔다.

영암 숭어알과 고성 가리비 등 지역별 최고의 재료로 만든 한 입 거리. 두부 모양의 참깨 안은 성게알로 채웠다. 샐러드처럼 꾸민 한우. 모수의 상징과도 같은 전복 타코 또 다른 상징인 도토리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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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잉걸불에 태운 도토리 국수’는 크리미하고 고소한 풍미의 소스가 녹진하게 입 안에서 감칠맛을 폭발시키지만, 피니쉬가 지나치게 길지 않은 덕분에 입 안이 편안했다. 더불어 면의 굵기나 삶은 정도 역시 균형감이 있어 식감 또한 빼어났다. 국수 위를 덮은 트러플은 풍미는 물론 식감마저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며 제 역할을 다했다. 화덕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수인 만큼, 화덕에 구운 한우 샐러드와 작은 후식들로 식사는 마무리됐다. 코스 내내 재료 본연의 풍미는 물론 식감과 밸런스, 소스의 농도와 질감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안성재 셰프는 “화려한 어휘력을 발휘해서 더 맛있고, 멋있게 보이려는 덧붙임 같은 것은 없다. 7년 전 모수를 처음 열었을 때나 지금이나 저희는 가장 좋은 재료를 찾아서 최고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미쉐린 별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3스타가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무엇보다 모수를 찾는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저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거기에 걸맞은 결과물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새로운 모수의 시작을 알렸다.

김성현 푸드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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