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규 증권부장 |
조지프 차이(차이중신) 중국 알리바바 회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을 놓고 ‘AI 버블론’을 제시했다. AI 인프라 경쟁이 국가 간 자존심 싸움처럼 번지며 거대한 거품(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MIT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과거 닷컴 버블 붕괴가 지금의 AI 시대에 재현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유력 미디어들은 닷컴 버블 붕괴 25주년을 맞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며 AI 버블이 닷컴 버블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찬반이 나뉘었지만 AI 버블은 더 첨예하게 나뉜다. 25년 전에는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 인터넷 서비스가 먼저 주목받으며 거대한 거품을 만들었다.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행보도 이중적이다.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 AI 동맹을 강화하고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같은 날 미국과 유럽 데이터센터 임차를 취소하며 AI 버블론을 다시 부상시키고 있다. AI 수요보다 투자가 앞서는 무리한 투자를 중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는 연인인 클로리스를 품안에 안고도 그녀를 못 본체 할 수 없어 조개껍데기에 태워 키프로스 섬으로 보낸다. 그리스어로 거품을 의미하는 아프로스를 붙여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아프로디테를 태어나게 했던 거품 속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존재는 장미꽃이다. 거품 속에서 태어난 흰 장미는 아프로디테의 피가 묻어 붉게 변한다. 아름다움 그 자체인 여신과 상징인 장미 모두 버블 속에서 태어난 것처럼 거품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은 태어난다.
좀 더 얘기를 하자면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15세기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에 의해 물의 정령 운디네로 다시 태어난다.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운디네는 슬라브 신화의 루살카로 모습을 바꾸고 안데르센에 의해 인어공주로도 태어난다. 공통점은 뜻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렇듯 아름답고 귀한 것은 다시 버블이 돼 생애를 마감하기도 한다.
이 창업주는 AI 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복귀했다며 “젊은 경영진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블의 시대에 젊은 경영진들이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닷컴 버블 시대를 견디고 이겨온 사람의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에 눈치 보기가 아닌 당당한 경쟁자로 올라설 그날을 기대해본다.
명진규 부장 a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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