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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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줄 잇고 있다. 미국이 세운 관세 장벽과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나왔다. 영국의 리서치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CE는 그간 한국 경제에 대해 유독 비관적인 견해를 펼쳐온 곳이라, 시장에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6일 올해 성장률을 1.2%로 기존(2.0%)보다 0.8%포인트 내렸다. S&P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을 일제히 내렸는데, 이 가운데 한국에 대한 조정 폭이 가장 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월과 2월 모두 평균 1.6%이었다.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이달 들어서는 전망치 하향이 잇따른다. CE가 0.9%로 내린 데 이어, 바클리(1.6%→1.4%)·HSBC(1.7%→1.4%)·골드만삭스(1.8%→1.5%) 등도 한국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봤다.
김영옥 기자 |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88%(GDP 기준)로 OECD 회원국 평균치(59%)를 크게 상회한다. 미국(25%)·일본(45%)·호주(49%)·영국(64%)·캐나다(67%) 등과 비교해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무역의존도는 한 국가의 경제에서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을 GDP 또는 GNI(국민총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HSBC는 1~2월 한국의 수출 감소에 주목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약세인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올해 1~2월 수출은 101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지난해 8월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수출액 증가율은 9월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왔고 올 초부터 역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HSBC “향후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이 가파르게 둔화할 위험이 있다”면서 “제조업체의 설비투자가 의미 있게 회복되기 어렵고, 건설투자의 반등도 요원하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장기 평균을 밑돌아 소비 회복도 쉽지 않다”고 봤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세 약화가 가속하고 있는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속히 추경을 편성해서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하고, 내수 침체의 원인이 되는 자산·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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