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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고려아연, 지분 열세 속 경영권 방어 성공… ‘이사 17명’ 앞세운 MBK·영풍 이사회 장악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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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

주총 직전까지 ‘상호주 제한’ 수싸움

영풍 의결권 제한으로 MBK·영풍 이사회 장악 수포

‘홈플러스 논란’ 김광일 MBK 부회장 이사회 합류

고려아연 “제2의 홈플러스 사태 막은 것”

문병국 노조위원장 MBK·영풍 작심 비판

고려아연이 28일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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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세를 막아내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지분이 열세인 어려움 속에 이사회를 지켜내 MBK·영풍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지분 차이가 여전하고 법적 공방 등 변수가 남아있어 경영권 유지를 위한 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양측 공방은 28일 서울 용산구 소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직전까지 이어졌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고성이 오가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번 주총 관건은 이사회 장악에 있었다. 적대적 M&A에 나선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정원 상한이 없는 허점을 노려 17명에 달하는 이사 추천으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사 수 상한을 19인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해 공세에 대응했다. 열세인 지분율은 해외 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 형성으로 해소했다. 상법상 이렇게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면 ‘상호주 제한’이 적용된다. 고려아연 자회사가 영풍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취득하면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면서 ‘영풍-고려아연-SMH-영풍’의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해당 영풍 지분은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인 SMC(썬메탈코퍼레이션)가 보유했던 물량으로 현물배당을 통해 SMH로 넘어갔다. 이에 MBK·영풍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상호주 제한을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SMC와 달리 SMH는 주식회사로 인정받으면서 MBK·영풍 측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이후 고려아연 주총보다 하루 먼저 열린 영풍 주총에서 주식배당(0.04주)을 의결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기습적인 주식배당으로 신주가 발행되면서 SMH가 보유한 영풍 주식 비율이 10% 아래로 낮아진 것이다. 상호주 제한 원칙을 무력화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도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영풍 지분 1350주를 사들여 10% 넘는 영풍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주총 시작 직전인 오전 8시 54분에 잔고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영풍 주총 이후 무력화될 수 있었던 상호주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되살아난 셈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4%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최윤범 회장 측은 승기를 잡았다.

이날 주총에서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필요) 안건으로 상정된 ‘이사 수 상한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전체 참석주주의 71.11%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어 진행된 의안도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됐다. 집중투표제 방식을 도입해 이뤄진 이사 선임 표결에서는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 5명이 1~5위에 이름을 올렸고 MBK·영풍 측 추천 이사 3명이 6~8위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현행 고려아연 우위 구도가 유지된 것이다.

고려아연 노조 조합원들이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찾아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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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와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 선임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고려아연 추천 이사 5명이 모두 이사회 구성원이 됐다. MBK·영풍 측 추천 이사로는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과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3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와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 서대원 세무법인 BnH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주총 결과는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고 자원안보와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을 지켜야 한다는데 주주와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장에는 고려아연 노조 조합원들이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적대적 M&A 시도를 비판하면서 고려아연을 제2의 홈플러스로 만들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최근 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피해를 입은 홈플러스 노조원들도 인근에서 MBK파트너스 측의 무책임한 경영을 비판하고 기업사냥 중단을 촉구했다.

고려아연 노조 조합원들이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찾아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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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총 현장을 찾은 문병국 노조위원장도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파트너스를 비판했다. 문병국 노조위원장은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노동자들을 처참하게 대우해서 노동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 경영진으로서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고 사재 출연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상황”이라며 “MBK파트너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데 이들이 고려아연을 경영한다고 가정하면 고려아연에서 홈플러스 사태 재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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