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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은밀한 K뷰티 사랑 [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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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서울 인디 뷰티 쇼'를 찾은 관람객이 K뷰티에 대한 소감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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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중국 기업 여러 곳이 은밀하게 한국을 찾는다. 기업명을 공개하지 말라는 요청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들이 많이 포함됐다. 이들이 국내 벤처투자사(VC)를 통해 방문 예정인 곳은 뜻밖에도 병원이다. K뷰티로 대변되는 한국 미용산업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들이 성형 및 피부미용 전문인 서울 강남의 병원들과 K뷰티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을 만난다.

최근 중국의 미용 시장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23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누그러지면서 방역을 해제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뒤 성형 및 미용을 뜻하는 칭이메이(輕医美)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K뷰티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약 24만 명 가운데 1위는 미국(4만4,000명)이었고 2위가 중국(4만3,000명)이다.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약 2,500억 원을 의료비로 사용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은 단연 성형외과(793억 원)이며 그다음이 피부과(567억 원)다.

중국인들이 미용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중국 미용 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브로커가 개입해 웃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하면서 비용이 뛰고 있다. 그 바람에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은 미용 의료의 가성비, 즉 가격 대비 효과가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이를 눈여겨본 중국 기업들이 국내 미용 의료 병원 및 K뷰티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중국에서 미용 사업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다. 마침 중국 정부도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의료 시장을 개방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의료 품질을 높이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7개 도시에 외국 병원 설립을 허용했다.

상대적으로 K뷰티의 주요 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입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화장품 등을 수출하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세간에는 철강, 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의 영향 위주로 알려졌지만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도 대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 화장품 스타트업은 최근 미국보다 캐나다 수출이 늘고 있다.

따라서 K뷰티도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을 대행해 주는 물류 스타트업 테크타카의 양수영 대표는 "미국의 무역 장벽 영향으로 일본, 유럽, 캐나다 등 다른 지역의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은 미국의 돌변이나 K뷰티에 관심을 쏟는 중국의 전향적 자세를 보면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정치적 금언이 무역전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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