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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에 태풍 뒷수습도 못했는데…미얀마 95년만의 최악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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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규모 7.7 강진 발생해 인구 120만 도시 만달레이 강타…이웃 태국서 고층빌딩 현장 무너져 인명피해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를 덮친 강진으로 건물이 기울어진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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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규모 7.7의 강진이 미얀마를 덮쳐 현재까지 최소 14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웃 태국 수도 방콕에서도 지진 여파로 건설 중인 고층 빌딩이 무너져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진으로 인해 최소 144명이 사망하고 73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이날 현지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그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얀마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꼽히는 만달레이 종합병원에 지진 피해자들이 몰려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방콕 30층짜리 고층 빌딩 건설현장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WP에 따르면 현지 정치권은 건설현장에 80~90명이 갇혔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태국 정부는 아직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태국 방콕에 위치한 빌딩 건설현장이 무너져내린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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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미얀마에서 95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지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 해양대기청 데이터를 인용, 1930년 5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4 지진 이후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진원에서 불과 17.2km 떨어진 곳에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인구 120만 명을 보유한 만달레이가 위치한 탓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예측 모델은 10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94%라고 추산했다. 또 71% 확률로 1만 명 이상이, 36% 확률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통신과 전기 공급 두절로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도로, 교랑, 공공건물 등 인프라 상당수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유적지이자 관광자원인 만달레이 궁전과 사원도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USGS 예측 모델은 경제 피해 규모가 미얀마의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봤다.

미얀마는 지진 위험이 큰 곳이다. 인도판과 유시아판이 접한 사가잉 단층이 미얀마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기 때문. 만달레이는 사가잉 단층대 바로 위에 위치했다. 로이터통신은 사가잉 지역이라고 해도 이 정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진원이 지표로부터 불과 10km 깊이에서 발생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이 얕은 곳에서 발생할수록 지진 피해가 더욱 크다고 한다.

사실상 내전에 들어선 미얀마 정치 상황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 미얀마는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민주국가를 지향하는 듯했으나, 2021년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빠졌다. 쿠데타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 군부는 유혈 진압했고,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군대에 맞서면서 미얀마는 내전으로 흘러갔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 시민들이 지진 이후 무너진 건물 밖으로 나와 거리에 모여드는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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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의료 등 기본 서비스가 엉망인 채 방치됐다"며 "쿠데타로 인해 3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고 이미 식량난이 만연했다. 인구 3분의 1 이상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했다. 미얀마가 2023년 5월 태풍 모카, 지난해 9월 태풍 야기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구호단체 케어(CARE)의 미얀마 지부장 아리프 누르는 "강진이 이미 위기에 처한 미얀마를 강타했다"며 "199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응 자금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미얀마를 연구하는 니니쿄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얀마가 수십년 만에 가장 취약한 시점에 (지진이) 발생했다"며 "미얀마는 이번 지진과 이후 상황을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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