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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백악관 허술한 보안 만천하에…이스라엘도 항의 나선 ‘시그널 게이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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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메신저에서 작전 내용 주고받아

이, 예멘 현지 정보원 노출에 항의

동맹국들이 정보 공유 꺼릴 가능성도

예멘 후티 반군 폭격을 위해 항공모함에서 이륙 중인 F/A-18 전폭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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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민간 메신저에서 군사작전을 논의하다 실수로 유출한 ‘시그널 게이트’와 관련해 이스라엘 당국도 기밀이 덩달아 노출됐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현지에서 친이란 후티 반군 주요 인사들의 위치 등을 파악해 미국 측에 넘긴 이스라엘 측 정보원이 드러나 버렸다는 불만이다.

미국 CBS 방송은 28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 측에 정보를 넘겨온 휴민트(HUMINT) 인맥이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 민감 정보를 유출한 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 외교·안보 수뇌부는 지난 15일 후티 반군을 겨냥한 대대적 공습을 앞두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개설한 민간 모바일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미군의 공격 계획과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해킹 우려가 큰 민간 메신저에서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는 이런 행태는 왈츠 보좌관이 실수로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 편집장을 채팅방에 초대하는 바람에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왈츠 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구체적 위치나 전쟁 계획 등 기밀이 유출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파장을 축소하려 하지만,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런 유형의 정보는 항상 기밀”이라고 말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백악관의 허술한 보안 관리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예멘 현지에서 추가적인 정보 수집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다른 동맹국들도 민감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는 걸 꺼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유출된 채팅 내용을 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트리거 베이스드’(Trigger Based)로 F-18 전투기의 첫 공습 기회가 시작됐다. 목표 테러범은 확인된 장소에 있는 만큼 시간에 맞춰야 한다”고 적었다.

‘트리거 베이스드’는 특별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진행하는 작전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공습이 끝나자 왈츠 보좌관은 “(폭격에 맞은) 건물이 무너졌다. 복수의 ‘신원 확인’(positive ID·공격 대상이 맞는지에 관한 확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바로 알아듣지 못하자 왈츠 보좌관은 “첫 표적인 (후티의) 미사일 분야 최고 책임자의 신원 확인이 됐다. 그는 여자친구의 건물에 들어갔고, 그 건물은 이제 붕괴됐다”고 부연했다.

미국에 관련 정보를 넘긴 이스라엘 측 정보원들이 공습 목표가 된 건물 인근에서 표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후티 측은 첩자를 색출하고 핵심 인사들의 동선을 철저히 숨기는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와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관련 질의에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그널 게이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마녀사냥’에 불과하다며 관련자를 감싸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분노를 터뜨리며 여파가 가라앉을지를 주시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권재현 선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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