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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극적인 기사회생…용도변경 자의냐 타의냐, ‘진심’서 갈렸다 [박지영의 법치락 뒤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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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공격, 변호인의 항변. 원고의 주장, 피고의 반격. 엎치락뒤치락 생동감 넘치는 법정의 풍경을 전합니다.박지영의 법치락뒤치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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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피고인(이재명)의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다.” (1심 판결문)

“피고인이 국토부의 법률상 요구와 관계없이 임의적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결정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부분 역시 허위라고 볼 수 없다.” (2심 판결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 했습니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특히 1심에서 전부 유죄가 나온 백현동 발언에 대한 법원 판단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여러 쟁점 중에서도 ‘허위성’ 즉, 거짓말을 했는지를 두고 어떻게 갈렸는지 살펴보겟습니다.

국토부 공문 주목한 2심
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은 2007년부터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존에 자리했던 성남시 백현동 부지(종전부동산)를 팔아야 했죠. 하지만 땅을 사줄 민간업자가 없었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가 ‘녹지지역’으로 정해져 있어 돈 되는 사업을 벌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지부진하던 백현동 부지 매각은 2014년 1월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의 등장으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이 무렵 정부는 백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용도 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토부는 성남시에 수차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식품연도 3차례 ‘도시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했습니다. 용도 변경, 주거·R&D·공공시설 구역 지정 등은 도시관리계획으로 정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015년 성남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꿔줬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20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청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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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바꿔줬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혁신도시법 제48조 3항과 6항(이 사건 의무조항)을 근거로 한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용도를 변경해줬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문제라며 기소했습니다. 의무조항은 공공기관이 매입하기로 한 종전부동산에 대해 국토부가 도시·군 관리계획 변경을 요구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응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2심 재판부는 국토부의 공문을 눈여겨 봤습니다. 국토부는 2014년 1월 성남시를 포함한 28개 지방자치단체에 “종전부동산(이전 대상 공공기관 부지) 매각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공문을 보냅니다. 이후 성남시에게 ▷2014년 5월 ▷2014년 10월 ▷2015년 1월 등 3차례 추가 공문을 보냈습니다. 특히 5월과 10월 공문은 직접적으로 백현동 부지를 특정했습니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문(25.03.26)

결국 각 공문의 취지는 백현동 부지의 민간업자 적기매각은 국가균형발전법에 근거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시책 중의 하나이므로 필요한 용도지역 변경 조치를 시행해 달라는 것으로서, 성남시장을 상대로 국가균형발전법 등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무를 환기시키셔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 기존 입장을 선회해 용도지역 변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성남시가 식품연과 ‘협상’을 위해 용도 변경을 미끼로 삼았다고 봤습니다. 당시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를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한 R&D 부지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법에 따라 백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에 팔면, 성남시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국토부가 직접 나서기 전에 한식연·아시아디벨로퍼와 담판을 지었다는 겁니다. 2심 재판부는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가 뒤따르자 이를 수용하되 성남시 이익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했다”며 “용도지역 변경 등을 조건으로 협의를 거쳐 R&D 시설 부지를 최대한 확보, 성남시의 도시기본계획대로 판교 테크노밸리 등 업무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적었습니다. 실제 식품연의 1차·2차 제안에는 R&D 부지 비율이 10%에 불과했지만, 3차 제안에는 30%로 뛰었습니다.

성남시 내부 문건 주목한 1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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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심 재판부는 성남시 내부 논의에 주목했습니다. 국토부 요청과 별개로 성남시가 용도를 변경해줄 생각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문(24.11.15)

성남시 주거환경과 주무관이던 A는 이 사건 법정에서 시가화예정용지로 지정된 토지의 경우 용도지역 변경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입안 제안 당시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 자체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한식연이 2014년 4월과 9월 2차례 제출한 입안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성남시 공무원들은 1차 입안 제안 이후 용도 변경은 거쳐야 할 절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1심 판단입니다. 녹지지역으로 묶어두고 R&D 부지를 개발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성남시 관계자 3인의 법정 증언이 근거였습니다.

오히려 성남시가 의무조항을 ‘이용’하려 했다고 봤습니다. 의무조항에 따른 변경이라면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죠. 성남시는 직접 국토부에 질의를 보내 ▷식품연의 요청과 국토부의 공문이 의무조항에 근거한 것인지 ▷상위계획(경기도 종합계획·성남시 도시계획)에 저촉되는데도 용도를 바꿀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2014년 12월 국토부는 공문은 의무조항에 따른 요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성남시 도시기본계획 상 용도지역 변경은 가능하다. 성남시가 적의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성남시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 재검토(경제성 확보 및 기본계획 부합)’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문(24.11.15)

1차·2차 입안 제안에 대한 성남시의 검토사항에서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의무조항에 의해 성남시 의사와 무관하게 용도지역 변경을 강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찾을 수 없다. (…) 성남시는 2차 입안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상위계획 불부합 문제에 관한 처리방안으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이는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토부가 ‘성남시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명확히 답했고 이어 준주거지역으로 정해졌으니, 성남시와 이 대표가 결정한 것이라는 겁니다. 참고로 성남시의 용도 변경에 아시아디벨로퍼의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입니다. 1심·2심 재판부 모두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은 별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2020년 대선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습니다. 2018년 선거 사건은 2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가까스로 살아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48시간 만에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거짓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한다는 뜻입니다. 2020년 이 대표가 한 말은 거짓말이 될까요, 사실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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