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품 쏟아지지만
제도와 인식은 아직 갈 길 멀어
엔데버알엑스를 이용해 치료 중인 아동. 게임을 통해 아동의 주의력을 개선한다. Akili Interactiv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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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노인의료시설에는 인지 저하 예방을 위한 맞춤형 게임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기억력, 주의력, 공간 인지력 등을 자극하는 다양한 게임이 제공되며 사용자의 반응 속도와 수행 정확도에 따라 콘텐츠가 자동 조절된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노년기 뇌 건강을 유지하고 초기 치매 증상을 지연시키는 목적의 디지털 치료다. 이 게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노인의료시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단순한 건강 관리 보조를 넘어 실제 치료의 '도구'로 자리 잡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칭하는 개념이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DTx)다.
실제 치료 '도구'로 자리 잡은 'DTx'…美 2017년 세계 최초 허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디지털 치료제 '리셋(reSET)'을 처음 허가한 뒤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는 에임메드, 웰트, 뉴냅스, 쉐어앤서비스, 뉴라이브 등 5개 기업의 제품이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실제 병원에서 처방되기 시작했다.
특히 정신건강, 당뇨나 혈압 등의 만성질환처럼 일상 속 자기관리가 중요한 질환에서 의미가 크다. 병원에 가서 상담이나 처방을 받더라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은 환자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때 디지털 치료제는 '그 빈 시간'을 메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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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로는 2020년 미국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가 개발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용 게임 '엔데버알엑스(EndeavourRx)'가 있다. 보호자가 앱을 설치해 인증하면 아동은 날아오는 장애물을 피하며 주의 전환 훈련을 하게 된다. 하루 25분, 주 5회, 4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력이 실제로 향상됐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지만 상업적 성과는 뒤따르지 못했다.
식약처, 2023년 3월 에임메드의 '솜즈' DTx 첫 허가
국내에서도 실제 처방과 제품 출시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에임메드는 2023년 2월 불면증 치료제 '솜즈(Somz)'로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았다. 6~9주간 수면 습관 개선과 행동 중재를 돕는 앱 기반 프로그램으로,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제 허가 사례다.
'솜즈'는 수면장애에 특화된 앱 기반 프로그램으로, 사용자는 매일 수면 일지를 기록하고, 인지행동치료(CBT-I) 원리에 따라 설계된 수면 위생 교육과 과제 수행을 거친다. 낮 동안의 활동이나 감정 상태도 함께 모니터링하며 수면 개선을 유도한다.
에임메드의 '솜즈'. 에임메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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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냅스의 '비비드브레인(VIVID Brain)'은 뇌졸중 후 시야 결손 환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게임 형태의 훈련을 반복하면서 뇌의 보상 경로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자극 반복이 아니라 반응속도와 정확도에 따라 단계가 조절되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 외에도 웰트의 '슬립큐(SleepQ)'가 2023년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제 '소리클리어(SoriCLEAR)'는 2025년 2월 국내 다섯 번째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DTx로 주목받았던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의 '리셋(reSET)'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 치료용 앱이었지만, 건강보험 진입에 실패하며 2023년 개발사가 파산했다.
"제도 적용 유연성, 건강보험 수가 적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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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동덕여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사회적 인식의 벽에 대해 우려했다. "게임 중독이 질병 코드로 등록되면서, DTx 기반 치료 게임은 학부모나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치료 목적의 게임과 일반 게임을 구분하고, 제도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기반의 취약성도 문제다. 조 교수는 "DTx는 신약처럼 명확한 비교군도 없고, 기존 임상 설계 틀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면서 "효과는 있지만 통계적으로 '드라마틱하다'고 보기 어려워, 심사 과정이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생기기 쉽다"고 진단했다.
두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기존 의료기기와는 다른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의료기술평가 특례, 보험 수가 차등 적용, 기술특례 상장 등 혁신적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로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료보험 수가 책정이 동반돼야 한다. 안전한 DTx를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가 찾게 될 것"이라면서 "의료진의 직접적인 의료 행위인지, 환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경우인지를 분리해 보험 수가 책정 방식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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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아직 제도적 기반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고, 보험 진입 등 핵심 구조도 형성 단계에 있어 시장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 기관들 사이에서도 전망치의 차이가 크다.
조 교수는 "식약처는 빠르고 유연한 편이지만 최근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전통 의료기기 수준으로 과도하게 규정된 면이 있다"며 "DTx는 그 특성에 맞춘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제도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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