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05 (토)

트럼프·푸틴 위험한 ‘수 싸움’…시험대 오른 우크라이나 [특별기고]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27일 백악관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1년 12월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있는 콘스탄틴 궁전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올해 3월 18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휴전을 놓고 전화통화를 했다.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지난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의 관광지인 아르바트 거리의 기념품 가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전통적인 러시아 나무 인형인 마트료시카가 전시돼 있다. [AFP]



현직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그 발언에 약간의 반어적 표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복잡한 딜레마로 보인다. 미국-러시아 관계를 생각할 때 우리는 항상 냉전과 양극화된 세계, 그리고 두 초강대국과 그들의 영향권을 떠올리게 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세계를 대표하는 경쟁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쉬웠다. 이념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시장, 그리고 자유를 존중하는 이른바 ‘자유 세계’를 대표했다. 반면 소련은 평화를 위해 싸우며, 그들의 구호에서 강조하듯이 억압받는 모든 국가들과 세계 프롤레타리아를 단결시켜 특히 미국이 상징하는 야만적인 자본주의와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러시아 외교와 그 단순한 접근 방식을 마주해야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협상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접근법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만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줄 알았다. 결국, 소련은 붕괴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보편적인 가치가 사라진 시대에서 다극화된 세계는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그중 하나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에 있다.

러시아는 글로벌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중동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역 강국으로 회복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유럽은 최우선 과제다. 1999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OSCE 정상회의 당시 옐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간의 비공개 대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을 러시아의 안보 보장자로 받아들이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려 했다. 22년 후인 2021년 7월, 푸틴이 승인한 러시아 국가방위전략은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부터 비롯된 외부 위협을 강조하며, 이들이 적대적인 반(反)러시아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대립적 접근 방식은 ‘게라시모프 교리(Gerasimov Doctrine)’(실제 저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으로 알려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는 러시아의 전술을 보여주는 ‘혼돈 이론(Chaos Theory)’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계는 이에 놀라서는 안 됐어야 했다. 러시아는 이념적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자국의 이익에 집중해 왔고,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정치는 감정에서 분리돼야 한다. 트럼프가 인도적 접근 방식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고 싶었다는 발언은 어느 정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백악관은 러시아를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여기지 않지만, 유럽에는 그렇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유럽연합(EU)간의 관계는 외교적 표현을 사용하자면 결코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을 압박했으나, 당시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오늘날 문제의 초점은 러시아의 공격적인 정책에 대응하는 유럽의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방위에 관한 백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을 재무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는 아직 선언에 불과하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일관된 정책에 대한 유럽의 대응이기도 하다.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의 군비 지출 증가를 강조하며, 더 이상 집단 안보 조약의 중심이 돼 동맹국들의 안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은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과 대화를 나눈 첫 번째 서방 지도자는 아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실제로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첫 번째 인물이다. 다만, 이 역할과 미국의 입장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푸틴이 이를 이용해 트럼프를 조롱거리로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크렘린이 협상의 파트너로 나서도록 유도하며, 30일간의 휴전 가능성과 관련해 강력한 조건을 제시하게 만든다. 그 조건이란 바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키이우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8일 푸틴과의 전화 통화 이후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모든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이는 향후 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러시아 상원의원 콘스탄틴 코사체프에 따르면, “어떠한 합의도 미국이 아닌, 우리(러시아)의 조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푸틴은 협상과 대화 전술을 활용하고 있고, 이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푸틴 전화 통화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의 즉각적으로 조건 없는 휴전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여러 지점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수미(Sumy)의 한 병원과 도네츠크 지역의 인프라가 공격받았으며, 동시에 러시아는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이는 국제 여론에 러시아의 선의를 보여주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즉, 러시아는 30일간의 휴전 협정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우크라이나이며, 러시아는 단순히 이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푸틴은 2025년 2월 28일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역사적인 회담을 환영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는 협상에서 어떤 선택지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른바 ‘광물 협정(Mineral Deal)’ 외에도,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원자력 발전소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미국의 소유권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보장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양측에 대한 지렛대를 활용하려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체제를 복원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이에 대한 작업을 지시받았지만,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오랜 기간 제재 체제를 무시해 온 경험이 있다.

결국,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것은 이웃 국가의 침략을 받아 소멸 위기에 처한 한 나라의 독립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분할 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러시아는 2014년에 합병한 영토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에너지 인프라를 통제할 수 있으며, 광물 협정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참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토나 EU 가입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반으로 분할된 우크라이나는 향후 1973년 남베트남이 겪었던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당시 이른바 ‘명예로운 평화(Peace with Honour)’라는 명목 아래, 미국은 장기전에 대한 공개적인 개입을 종료했는데,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와는 다소 다른 상황이지만, 결국 1975년 사이공 정권이 고립되고 동맹국들에 의해 외면당하면서 무너지는 길을 열어줬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바라는 것은 ‘명예로운 평화’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합의든 가장 큰 수혜자는 러시아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과거의 전술인 “한 걸음 물러서고 두 걸음 나아가기”를 다시 활용할 것이다. 영토 양보는 러시아를 더욱 고무시킬 것이며, 러시아는 중앙유럽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군사 지원을 받더라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가 또 다른 문제다.

인력 부족과 황폐해진 인프라 속에서 휴전 협정을 체결하여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러시아의 재침략 위협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재건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기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독립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다. 따라서 어떤 해결책이든 단기적인 방편에 불과하며, 결국 러시아가 자신의 전략을 추진할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중앙유럽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장기적인 대(對) 러시아 전략의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백악관에는 중국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푸틴과 협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으로 푸틴을 견제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밝은 전망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트럼프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푸틴의 권력은 그의 의지에 달려 있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는 패배자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한 약속은 이행돼야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평화 프로세스를 의미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