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규모 아파트 6층만 남기도…규모 7.7 지진에 병원·호텔·주택 등 주저앉아
무너진 건물 잔해에 90명 매몰…유가족은 망연자실 눈물만
살아남은 자들, 여진 불안에 '노숙'…기자 투숙 호텔도 대피령
내전에 강진 겹치며 회복 '난망'…주민이 직접 중장비 동원해 사체 수습
무너진 사원 |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1일 오전(현지시간) 찾은 미얀마 '제2 도시'이자 옛 왕조의 수도로 유서 깊은 만달레이는 지난 28일 덮친 규모 7.7 강진으로 그야말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이날 들른 만달레이 아마라푸라 지역의 한 사원에서는 강진 참상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원 입구부터 주요 건물 첨탑 등이 무너지고 주저 앉았다. 망가진 사원에는 승려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한 사원에서는 와불(臥佛)의 한 부분이 뜯겨 나가는 등 불상 일부가 부서지기도 했다.
왕궁에서도 한 건물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45도 각도로 기울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한 또 다른 한 왕궁 건물은 주변 벽이 심하게 부서졌다.
불교국가 미얀마를 상징하는 사원과 왕조의 영화를 드러냈던 왕궁도 지진 충격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지진으로 훼손된 미얀마 만달레이의 왕궁 건물. |
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이날 월요일을 맞은 주민들은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며 일상 회복을 염원했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는 참혹한 지진 피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너진 학교, 병원, 호텔, 아파트가 곳곳에서 흉물처럼 서 있었다. 줄줄이 쓰러진 서민 주택 모습도 이어졌다.
2007년 미얀마의 제1 도시인 양곤과 함께 반정부 시위인 '사프란 혁명'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만달레이가 쓰러진 건물로 뒤덮인 암울한 도시가 된 것이다.
텐트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 |
사람들은 밤사이 여진이 또 올까 봐 집 밖에서 잠을 잤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관공서나 사원, 학교 운동장 등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도로 상황도 엉망이었다.
도로 양쪽이 무너지면서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하는 길들도 많았다. 다른 여러 도로는 아예 폐쇄됐다.
도로변에는 완전히 무너지거나 기울고 금이 간 집들이 두세 집 건너 한 집씩 보였다.
물 공급이 안 되다 보니 주민들은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다가 나르거나 모여서 목욕했다.
연료 공급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문을 연 주유소 앞에는 긴 오토바이 줄이 섰고, 봉사단체가 운영하는 급식소에는 밥을 얻으려는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장 처참한 곳은 무너진 건물들과 그 밑에 깔린 이들을 꺼내지 못하는 가족들 모습이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학 인근에 있는 아파트 스카이 빌라는 11층 규모였지만 지진으로 1∼5층이 주저앉아 6개 층만 남은 상태였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9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11층 아파트가 6층으로 |
일반인 접근은 통제된 상태였으며 통제선 밖에는 매몰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눈물짓고 있었다.
우쩌두아웅(48) 씨는 "나는 큰 피해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어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오랜 건물이 많은 구시가지 상황은 더 심각했다.
딴소우저 씨는 "처음 큰 진동이 오자 호텔에 묵었던 사람들이 다 뛰쳐나왔다"며 "두 번째 진동이 오자 '어어'하는 사이 호텔이 스르륵 옆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만달레이 그레이트월 호텔 |
큰 지진이 왔지만, 이를 수습하는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다.
키마우수(57) 씨는 헬멧을 쓰고 인부 몇 명을 고용해 쓰러진 집을 다시 찾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집에서 가재도구나 귀중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키마우수씨는 "다른 가족들은 다 살았는데 100세인 이모는 빠져나오지 못 해 돌아가셨다"며 "내 돈으로 중장비를 빌려서 이모 사체를 수습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냥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병원에 있다 보니 부상자들은 도움 받기 어려운 상태다.
아웅수웨이윙(61) 씨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렸고, 1시간 반 만에 구조됐다. 10명 가족 중 아웅수웨이윙씨와 사고 당시 밖에 있던 아내만 살았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숨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받았지만 입원하지 못하고, 퇴원해야 했고, 지금은 집이 무너져 집 앞에 침상을 깔고 노숙하고 있다.
아웅수웨이윙씨는 "정부에서 해 준 것은 이 침상이 전부"라며 "옆집에서 밥을 줘서 그나마 먹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착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친 채로 노숙 중인 주민 |
문제는 앞으로다.
많은 이가 매몰돼 있고, 이들을 수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미얀마는 4월께 기온이 가장 높으며 분지인 만달레이는 지금 최고 기온 40도를 넘나든다. 이런 상황에서 비라도 한번 오면 수인성 전염병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민은 "뉴스에서는 구호단체와 구호금이 도달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건강히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얀마는 2021년 쿠데타 이후 지속된 내전으로 웬만한 인프라는 모두 무너진 상황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으로 심각한 타격까지 입으면서 회복은 막막한 실정이다.
한 만달레이 시민은 "군부가 들어선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데 지진까지 오면서 직장과 집을 잃게 돼 앞으로가 막막하다"며 눈물흘렸다.
집안 수색하는 미얀마 시민들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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