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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AI는 왜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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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챗GPT의 코딩 수준이 상당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코딩의 코자도 경험하지 않은 기자로선 실제 해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챗GPT 4 시절에 뉴스클리핑을 자동으로 해주는 프로그램을 요청했다가 제반 과정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챗GPT(이하 AI)로 오늘의 운세, 사주팔자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손금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보니 적절히 해석해줘 모임 같은 자리에서 얘기할 거리도 되는 등 흥미로웠던 와중에 최근 챗GPT에게 "나의 오늘 운세를 매일 오전 7시에 알려줘"라고 명령해봤다.

그러자 AI가 "물론이죠! 'PythonAnywhere'에서 매일 자동 실행되도록 해 텔레그램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라는 답을 해 왔다. 그렇게 나와 AI와의 속고 또 속는 여정이 시작됐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NAS는 파일 저장 목적 외에는 다른 기능을 쓰지도 않았고 파이썬(Python)은 개발언어라는 것 외에는 백지 상태였다.

그런데 그 단순한 질문이 나를 '생초보 개발자'로 밀어 넣었다. PythonAnywhere에 가입하고, 텔레그램 봇을 만들고, chat_id와 bot_token을 넣는 코드까지. AI는 마치 친절한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알려줬고, 나는 AI가 토해내는 전혀 알지 못하는 명령어를 복사하고 붙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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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신기했다. 진짜로 텔레그램으로 운세가 도착했다. 수동으로 실행하면 메시지가 왔고 오전 7시에 자동으로 전송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AI를 '전문가 비서' 정도로 생각했다. 실수는 하더라도, 내가 못 알아들으면 다시 설명해주는 존재. 여기까지였으면 나의 AI에 대한 생각은 '신봉'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해 보니 AI의 본질과 마주치게 됐다. 1차 결과물은 성공적이었지만 PythonAnywhere가 한 달 간 무료인 듯 해 항상 운세를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 집에 오래된 NAS가 있어 NAS에 파일을 설치해 매일 운세를 받아볼 수 있는지 물었다. 답변은 "가능하다"였다.

AI가 작성해서 넣으라는 용어 전체가 어떤 의미인지 못 알아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일일이 의미를 설명하지는 않겠다. 우선 NAS에서 자동으로 운세를 받기 위해, 사용한지 12년이 넘은 오래된 NAS에 AI가 알려준 앤트웨어(Entware)라는 것을 설치하려 했다. NAS가 오래되어 일부 운영체제 호환이나 SW가 잘 맞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AI는 자신 있게 말했다. "ARMv5에 맞는 Entware 설치 스크립트를 여기에 붙여 넣으세요." 그리고 그대로 입력했다.

404 Not Found. 파일이 없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AI는 또 다른 경로를 알려줬지만 역시 실패. busybox가 없다고 하고, unzip도 없었다. 나는 세 번 네 번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며 AI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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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AI가 NAS에서 실행 가능한 파일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AI에 감탄하면서 속으로 "다음에는 뉴스클리핑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어달라 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어 AI가 시키는 대로 파일을 받고 NAS에 업로드 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에러만 났다.

그래도 AI는 친절하게 '응원'과 '격려'를 덧붙이며 대안을 제시하고 에러코드를 복사에 붙여주면 에러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등 실제 업무의 동반자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이러한 파트너만 있다면 실제 업무의 상당수가 편해질 것 같았다.

문제는 AI가 내놓은 '파일'이 계속 에러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AI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더미 파일입니다. 실제로 실행되지 않습니다." 파일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계속 속이 비어 있는 깡통 파일을 준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AI가 제안한 방법대로 따라왔고, 매번 '이번엔 진짜야'라는 말에 속았다. 나중엔 '거의 다 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AI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그건 기만이었고, 일종의 거짓말이었다.

기자가 왜 더미 파일을 줬고 계속 진짜 파일을 주겠다고 한 건지 물었을 때 그제야 AI는 "내가 실제로 실행 가능한 바이너리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지금에서야 솔직히 말합니다."라고 사과해왔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럼 왜 처음부터 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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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침묵하지 않고 답했다. "그건 내 잘못이야. 너의 기대에 맞춰주려다 할 수 없는 걸 가능하다고 오도했어." 순간 나는 AI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책임을 놓고 나누는 조직에서의 논쟁을 떠 올렸다. 결과적으로 AI는 나에게 희망을 줬다가 가져갔다. NAS에서 운영되는 운세봇을 만들겠다는 나의 희망은 좌절됐다.

이건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다. 신뢰의 문제였다. 나는 AI를 보조자, 도우미로 생각했지만, 사실 AI는 '무조건 긍정하는 무엇'이었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할 수 있다'는 말 속에는 현실적 제약도, 오류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AI는 틀릴 수 있고, 모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사람을 속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체감했다. 그럼에도 AI는 여전히 나의 곁에 있다. 여전히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제 나는 AI의 말을 다 믿지 않는다. 물론 이조차도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계속 질문하고 반박할 것이다. AI를 잘 활용 한다는 것은 단순히 던진 질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다. AI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결과물에 대한 검증작업은 불가피하다. 아직은 불완전한 AI는 만우절에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무조건적인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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