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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유치원 자리에 찢어진 분홍 가방…엄마는 목 놓아 이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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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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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지진이 발생한 지 오늘로 닷새째, 생존자 구조 확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붕괴 사고 뒤 72시간은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불린다. 그 뒤 식수원이 없으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든다.



마리 만리케 국제적십자연맹(IFRC) 미얀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이제 잔해에 갇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남았다고 31일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전했다. 각국에서 속속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구조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진앙은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으로, 사가잉 시에서 겨우 20여㎞ 떨어진 곳에 약 150만 명이 거주하는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옛 왕실 수도였던 만달레이시가 있다. 중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라와디 강을 기준으로 강 서쪽에 지진이 시작된 지점인 사가잉 시가, 강 동쪽에 인구 150만명이 사는 만달레이 시가 자리한다. 그래서 만달레이 시까지는 미얀마에서 유일하게 정상 가동 중인 양곤 공항을 통해 육로로 접근할 수 있지만, 사가잉 시로 구조대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라와디 강을 가로지르는 주요 다리가 붕괴하면서 차단됐다시피 해 구조대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가잉 시의 교사 포포는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구사가잉 다리는 완전히 무너졌고, 새 다리도 접근이 차단돼 이웃 도시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고 말했다. “잔해 아래 그대로 시신이 갇혀 있고, 수습된 시신도 매장하지 못해 악취를 풍기고 있다”고 반정부 단체인 사가잉 연방군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31일 미얀마 사가잉 지역에서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앞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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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시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카욱세 마을의 유치원 붕괴 현장을 찾은 비비시(BBC)는 “어머니들이 밤이 깊도록 울면서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전했다. 70여명이 다니던 유치원이 붕괴된 잔해 속에선 분홍색, 하늘색 가방이 찢긴 채 나뒹굴고 있었다. 딸 텟터산(5)을 유치원에 보낸 엄마는 점심을 먹고 있다가 지진이 시작되자 급히 유치원으로 달려갔지만, 건물은 완전히 붕괴된 뒤였다. “시신은 다행히도 온전히 찾을 수 있었다”고 그의 할아버지는 전했다. 유치원 쪽은 12명의 어린이와 교사 1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40여명이 사망했다고 믿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이례적으로 국제 사회 도움을 요청하면서 주말 동안 중국, 러시아, 인도,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구조대가 속속 도착해 구조에 가세했다.



중국 쪽 구조대원들이 만달레이의 무너진 호텔 잔해 속에서 거의 60시간 동안 갇혀 있던 여성을 31일 새벽 구조하기도 했지만, 생존자를 구조하기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30일에는 만달레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틀 동안 갇혀 있던 임신부를 다리를 절단하여 구조해 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곳엔 더 많은 사람들이 12층 아파트 지하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엔엔은 31일 군부 발표를 인용해 최소 2056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3900명 이상이라고 전했지만, 최종 사망자 수는 이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진앙인 미얀마 사가잉 지역의 다리가 무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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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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