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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화-에어로-오션 IR임원 단 1명이 겸직…유증판 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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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계열사 간 원활한 업무 목적…사칙상 문제 없어"

전문가 "독립된 상장사이지만 주요 임원 겸직? 이해충돌시 개별사 이익 고려될까"

금감원 "한화, 계열사 지분구조 재편-한화에어로 증자 연관성 설명해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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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규모인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화 IR임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IR임원까지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R 담당은 기업의 재무 전략을 수립하는 직책으로, 유상증자와 지분 교환 등의 판을 짜는 역할을 하는데 해당 임원은 무려 5개의 한화 주요 계열사의 IR담당을 겸직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2월 결정된 1조3천억 규모의 한화 계열사 간 지분 교환과 3월 유상증자 간 연관성을 한화 측이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한화 주요 계열사 IR임원 겸직 상황이 의사 결정에 미쳤을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김동관, ㈜한화·한화에어로 대표 겸직…직속 IR임원도 한화에어로, 한화오션 등 5개사 IR임원 겸해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본인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화와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한 후, IR담당 임원 역시 주요 계열사에 단 한 명만 배치했다.

현재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 IR담당 임원은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IR담당 임원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해당 임원은 김 부회장이 주도한 태양광 사업을 맡은 한화솔루션의 IR을 이끌었던 인사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중 지주 회사나 핵심 계열사 IR임원이 다른 주요 계열사 IR임원을 겸하는 그룹은 없다.

시장에선 한화에어로가 역대급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한 달 전 총수 일가 지배 회사에 1조3천억원을 몰아주는 과정에 한화 주요 계열사 IR담당 임원의 겸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1조3750억원) 대부분을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우호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희석하는 유상증자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재무적 가치를 외부 투자자에게 전달하고, 관련 전략 수립을 하는 IR담당 임원이 ㈜한화와 한화에어로 관련 업무를 겸임한 사실이 알려지며 유상증자와 그 직전에 단행된 지분 매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와 그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기 보다는 그룹의 지배 구조, 더 구체적으로는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이해 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천준범 변호사는 "㈜한화와 한화에어로는 별개의 회사이자 상장사이고, 각 기업은 독립적으로 경영되어야 한다는 건 기본이고 상식"이라며 "IR담당 임원 등 주요 임원이 겸직을 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 등 모든 계열사들이 개별 상장자인 상황에서 각 기업 내 의사 결정은 개별 회사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한화에어로의 지분 매입과 이후 유상증자 결정이 이런 기준으로 이뤄졌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는 "두 사안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지분 매입 및 유사증자 모두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IR임원의 겸직 문제에 대해서도 한화 측은 "IR담당 임원의 겸임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칙상 겸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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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지분 증여로 유상증자 논란 끝"…당국 "지분매입-증자 연관성 설명해야"

한화 측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조정과 유상증자 간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두 사안의 연관성, 특히 지난 2월 한화에어로의 1조 3천억원이 김동관 부회장 등이 지배하는 총수 일가 회사로 흘러간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는 전날 김승연 회장의 지분 일부를 김동관 부회장에게 증여한다고 밝히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다음날 1일 진행한 자본시장 현안 설명회에서 "(한화에어로는 이후에 제출하는) 정정신고서에 계열사 지분구조 재편과 증자와의 연관성, 이 재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자를 전후한 자금의 이동, 사업승계에 관련된 사안이 증자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사회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했는지를 투자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하라는 것이 정정요구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김승연 회장의 증여로 관련 논란이 종식되었다는 한화 측의 주장과 달리 지난 2월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지분매입을 결정했을 때 이후 이뤄질 유상증자 등에 대해서 제대로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설명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참고기사: [단독]한화에어로, 3.6조 유상증자 직전 '1시간' 설명회 개최, [단독]한화에어로 이사회, 총수家 1.3조 줄때 이후 유상증자 계획 몰랐다)

함 부원장은 특히 "이후에도 혹시 기재가 불충분하거나 불성실하다면 당연히 재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정해진 방향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가 제출한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했고, 한화에어로는 현재 정정신고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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