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남용하는 사람의 뇌 보면
충동제어 감소·비도덕성 증가
억압당한 자 뇌는 무기력 빠져
권력남용 폐해 항상 경계해야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들이 ‘권력’의 구성 요소로 규정하는 재력이나 군사력, 정치력 역시도 결국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들이다. 이 수단들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에 대해서는 16세기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이 자주 언급된다. 마키아벨리적 ‘권력’의 핵심에는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무력, 거짓을 이용해 상대를 속이는 기만,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무자비함, 그리고 전략적인 폭력의 사용이 있다. 이는 이후로 수백년 동안 많은 사람이 전쟁이나 사업 현장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기 위한 수단으로써, 더 약한 자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써 ‘권력’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이런 관점이 지금 현재에도 통용될 수 있을까?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대의과학연구센터(Greater Good Science Center)’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 교수는 자신의 책 ‘선한 권력의 탄생: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에서 수십년 동안 현대과학으로 연구해 온 ‘권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삶 속 여러 순간 속에서 늘 결정을 내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권력’은 쟁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공동체의 최대 선을 증진시킬 때, 서로에게 공감과 나눔을 실천할 때 증폭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권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 또는 심리 상태’라고 정의되는데, 이는 지배와 핍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선을 위해 노력할 때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다만 문제는 ‘권력 남용’이다. ‘권력 남용’은 우리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을 거두면서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면서 일어나는데, 이때 우리의 뇌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누군가에게 ‘권력’을 부여했을 때 이를 남용하는 사람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충동 제어’ 능력의 감소와 ‘이기성’ 및 ‘비도덕성’의 증가인 반면, 잘못된 ‘권력 남용’을 경험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분비의 급격한 증가와 ‘불안’ 및 깊은 ‘무기력증’의 발현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권력 남용’의 가장 큰 폐해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불합리한 ‘권력’의 남용과 오용의 결과는 사회적 빈곤, 불평등, 성과 인종, 종교에 따른 다양한 차별로 나타난다.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 안에서는 우울과 불안, 분노조절 장애가 늘어나며, 공동체의식이 결여되고, 온갖 종류의 위험에 대해 더 민감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분비가 일어난다. 또한 우리의 뇌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밝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권력 남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