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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토)

코로나 이겼던 'mRNA 백신' 원리 韓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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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김빛내리 연구진, mRNA 백신 지원·방해하는 단백질 인자 확인

체내 '황산 헤파란' 단백질이 mRNA 백신의 세포 내 유입 촉진 역할

"RNA 뿐 아니라 면역·세포신호 분야서도 새 연구방향 제시할 것"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추가접종에 사용될 모더나 백신이 놓여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대표적인 mRNA 계열 백신이다. 2021.11.15.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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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나라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활용됐던 'mRNA(전령 리보핵산) 백신'의 정확한 작동원리를 세계 최초로 알아냈다.

기존에도 mRNA 백신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입증돼 노벨상 수상이라는 업적으로까지 이어졌으나, 그 정확한 기전은 파악되지 못했었다. 우리 연구진이 mRNA 백신 작동원리를 정확하게 알아내면서 향후 더욱 효과적이고 안정성 높은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진은 mRNA 백신의 세포 내 전달과 분해를 제어하는 단백질 군을 찾아내고 그 작동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대표되는 mRNA 기반 기술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암 백신, 면역 및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mRNA 합성 기법과 체내 전달 물질인 지질나노입자 개발을 통해 mRNA 기술은 혁신적인 치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기존의 단백질 기반 백신은 세포 배양을 통해 DNA에서 단백질을 생산·정제하는 수년의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mRNA 백신은 원하는 단백질의 정보를 담은 염기 서열 정보만 있으면 곧바로 시험관에서 합성이 가능해 백신 개발 소요 시간을 크게 줄였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주역인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는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는 특성을 보유해 mRNA 백신의 효능 혁신과 상용화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용 RNA가 체내에서 어떻게 작동·조절되는지 구체적인 기작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도 mRNA 백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온텍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에게 돌아갔지만, 무엇이 백신 효능을 높였는지, 원리가 무엇인지 등은 분명치 않았다.

[서울=뉴시스]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이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연구동에서 'mRNA 백신 작동원리 규명'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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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IBS 연구진은 mRNA를 제어하는 세포 내 인자들을 찾아내고자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녹아웃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mRNA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없애려면 mRNA가 세포로 유입·조절되는 인자와 활용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퍼(CRISPR) 녹아웃 스크리닝 기술은 CRISR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개별적으로 제거(녹아웃)한 뒤 특정 형질이나 세포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 2만개 유전자를 포함한 CRISPR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mRNA 백신을 조절하는 세포 인자를 유전체 수준에서 분석했다.

이같은 연구는 ▲mRNA가 세포 내로 전달·유입되는 데 필요한 핵심 단백질 인자 '황산 헤파란' 규명 ▲mRNA 유입을 방해하는 'TRIM25(트림25) 단백질 인자 확인 ▲TRIM25의 억제 활동을 자극하는 양성자 이온의 성질 규명 ▲N1-메틸수도유리딘의 백신 효능 강화 기전 확인 등 크게 4가지 성과를 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포막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 분자는 mRNA를 감싼 지질나노입자와 결합해 세포 내 유입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지질나노입자는 세포 내 소포체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양성자 이온 펌프 'V-ATPase(V형 ATP 가수분해효소)'는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고 지질나노입자가 양전하를 띄도록 해 소포체 막을 일시적으로 파열시킨다. 이 막이 깨지면서 mRNA가 세포질로 방출되고 단백질로 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RNA 치료제에 대한 주요 억제 인자와 외부 RNA의 침입을 경보하는 양성자 이온의 중요한 역할도 최초로 발견했다.

세포질 내 TRIM25 단백질은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한다. 이 단백질은 소포체 막이 파열되면서 방출되는 양성자 이온에 의해 활성화된다. 활성화 이후에는 외인성 RNA에 특이적으로 표적·결합해 다른 절단 효소 및 보조 단백질과 함께 RNA를 빠르게 절단하고 분해한다.

mRNA를 결합·제거하는 TRIM25 단백질이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에는 그 결합력이 크게 줄어 mRNA를 절단·분해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mRNA 백신의 주요 세포 조절 경로와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 효과의 분자 기전.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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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연구 성과들을 종합해 코로나19 mRNA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요인과 원리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미 효용성이 입증된 mRNA 백신의 정확한 원리까지 파악하게 되면서 향후 mRNA 기술의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단장 연구진 또한 mRNA 기술의 안정성 강화, 단백질 생산 효율 개선 등을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mRNA 백신의 세포 내 작동 원리를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mRNA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을 한 단계 높여갈 이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김빛내리 단장은 "양성자 이온이 면역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게 됐다"며 "RNA뿐 아니라 면역, 세포신호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4.7)에 4일 온라인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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