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90년대엔 유일 패권국…상실감이 근본 이유"
제조업 살려 러스트벨트 민심 확보, 3선 도전 '의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쓰인 모자를 청중을 향해 던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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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질서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지켜본 영국 BBC의 촌평이다. 한달여 동안 진행된 세계 각국의 물밑 협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넘어선 관세 강수를 두면서 자유무역을 기조로 수십년 동안 이어졌던 국제무역질서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신보호무역 시대로의 중대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정점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를 통틀어 기존 관세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일부 국가나 철강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발효됐다면 이번 상호관세는 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과 교역하는 100개국 이상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부과되는 데다 국가별로 10%에서 50%까지 차등 부과된다는 점에서 '관세정책 종합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발 더 들어가면 미국이 전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도 엿보인다. 미국의 황금기가 지나갔다는 상실감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관세로 들어올 세수와 일자리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고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의 황금기가 돌아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대선의 향배를 가를 러스트벨트(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민심을 확보하려는 동기가 상호관세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해석 논쟁을 예고하며 이미 3선 도전 가능성을 띄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자유무역체제에 종언을 고하면서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미국에 이은 무역 강대국 중국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번 상호관세 34% 부과로 펜타닐 유입 방치를 이유로 지난 2월 부과된 기존 관세(20%)까지 50%가 넘는 대미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30년 말까지 대부분의 미중 교역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구축한 모델에 따르면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가 핵심 인플레이션을 1.4~2.2%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 각국이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 조치로 대응할 경우 미국의 수출이 66.2% 감소하면서 전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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