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세아상역 K패션 동남아 생산기지 '고민'
K푸드 열풍 '찬물'…삼양식품·하이트진로 등 '여파'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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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주혜 김민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공장이 많은 'K패션' 업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푸드' 열풍으로 미국 시장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식품업계도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주요 국가에 고율의 대미 관세를 책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의류를 제조해 수출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세실업의 경우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미국향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 의류 봉제품, 원단가공, 의류염색워싱 등 공장 15개를 운영 중이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 기업 텍솔리니를 통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확대하고 트럼프 정권과 가까운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로 생산기지를 분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세예스24그룹이 지난해 말 미래 신사업으로 인수한 한국 자동차 부품사 한세모빌리티(옛 이래AMS)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를 정식 발효했다.
이래AMS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독일 등 주요 완성차 및 부품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대구를 기반으로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자라·망고 등 패션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세아 그룹의 의류제조판매기업 세아상역은 동남아와 중남미 등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 원단 생산 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미국 스포츠 의류기업 '테그라'를 인수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테그라는 미국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북중미에서 총 5개의 의류생산 관련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대처가 필요한 경우 세아상역이 진출한 생산 국가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활용 검토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한세실업의 베트남 C&T VINA 오피스에 방문하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세실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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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조치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 화장품 가격이 20% 이상 상승하더라도 가성비 소비 트렌드 강화로 저가 화장품 소비가 늘면서 구매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신 카테고리 중심으로 성장한 미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에도 비슷하게 관세가 적용되면서 경쟁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품질이 좋고 혁신적인 제품군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화장품 ODM·OEM 업체들이 관세 정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미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중이다.
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생산 기반을 가진 OEM사에 기회"라면서 "미국 매출이 높은 한국 브랜드사나 동남아,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미국 브랜드 사의 미국 내 생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 중인 불닭소스 영상.(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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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지 않고 제품을 전량 수출하는 업체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일본 도요수산(43%), 농심(22%), 일본 닛신(19%), 삼양식품(8%) 순이다. 삼양식품의 점유율은 2023년 5%였으나 불닭 브랜드에 힘입어 단기간 내 확대됐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의 2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 수출 물량을 전부 국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상호 관세의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소주'로 북미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해외 생산기지 없이 미국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 중이다.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농심과 CJ제일제당 등은 이번 상호 관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미국에 공급하는 제품을 현지 공장 두 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은 극소수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에 20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북미 수요는 대부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대상은 미국 공장에서 현지 수요의 30% 정도만을 소화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다.
오리온은 미국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후속 협의 등 경과를 지켜보겠지만 25% 관세가 적용된다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 기업이 나서기 어려운 영역이라 국가 차원에서 협의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km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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