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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목)

트럼프 관세 계산법, 美서도 빈축…서머스 “점성술로 천문학 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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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출처 세계은행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다음날 미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최근 5년간 최악의 주식시장 경험”이라면서 비판 날을 세웠다.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계산법을 두고선 “점성술을 천문학에 적용하는 격”이라며 냉소했다.

그는 3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3일) 미국 주식시장은 최근 5년 새 최악의 경험을 했다”라고 상호 관세를 직격했다. 그는 “보통 주식시장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땐 은행 파산이나 허리케인, 전염병 유행이나 다른 나라의 조치 등으로 인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정책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3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2020년 팬데믹 확산 초기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타격을 입었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2020년 6월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79.39포인트(-3.98%) 떨어진 40,545.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74.45포인트(-4.84%) 급락한 5,396.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050.44포인트(-5.97%) 급락한 16,550.61에 각각 마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에 앞서 상호관세 계산법을 두고서도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율 계산법은 창조론을 생물학에, 점성술을 천문학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식 보건부장관식 사고(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백신 음모론을 신봉)를 백신 과학에 적용하는 꼴”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는(상호관세 계산법은) 보호주의 경제학을 믿는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일하는 행정부에서 진지한 분석 없이 해로운 정책을 추진했다면, 나는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관료들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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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과 발표한 관세율은 각 나라에서 미국이 보는 상품 무역적자를 상품 수입액으로 나눈 값이라서 논란이 됐다. 미국을 상대로 한 흑자 규모가 큰 나라일 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단순한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일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비관세 장벽 포함)가 50%라며 절반을 할인한 26%만큼 매기겠다고 밝혔다가, 행정명령 문서에서 25%로 수정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재무 장관과 하버드대 총장 출신 경제학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보호자 시절, 관세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말한 것을 실행하려 할 위험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경기 부양책으로 발생한 것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비판했다. 취임 이후로도 관세 정책 등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경제계 인사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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