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인용]국회·체포 시도 등 5대 쟁점 모두 위법 판단
6월초 장미대선 유력…엇갈린 반응 속 尹 승복 메시지는 아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년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스1 DB)2025.4.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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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밝음 이세현 노선웅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다. 탄핵을 촉발한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됐다. 6월 초 장미대선 개최가 유력해 보인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파면 결정문을 낭독하는 데는 22분이 걸렸다.
"국민 신임 중대하게 배반…국민 설득 기회 있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선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비상계엄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
우선 실체적 요건에 대해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당시 검사 1인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만 진행 중이었고, 야당이 통과시킨 법률안들은 재의 요구나 공포를 보류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의 '경고성·호소형 계엄' 주장에 대해선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 목적이 아니다"며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무총리와 9명의 국무위원에게 계엄 선포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계엄사령관 등 계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차단, 체포대상 위치확인…국군통수의무 위반
헌재는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서 검찰의 진술조서 대부분을 인정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도 있었다고 봤다. 헌재는 "국방부 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정원 1차장에게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해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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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위헌…선관위 독립성 및 사법 독립권 침해 판단
헌재는 비상계엄 포고령 1호에 대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봤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에 대해서도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조인 체포 시도에 대해서도 "(체포 명단에)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내란죄 철회와 수사기관 진술조서 증거 채택 등 절차적 쟁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가 빠진 것과 관련해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허용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소추사유에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근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한 차례 부결된 후 재발의된 것에 대해선 "제418회 정기회 회기에 투표 불성립됐지만 제419회 임시회 회기 중에 발의됐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국회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에 정한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아 위헌·위법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에 군을 투입해 기능 정지를 시도·침탈했으며,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며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
헌재는 그간 11차례의 변론기일을 열고 쟁점을 중심으로 증인신문 내용, 채택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헌재의 선고는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111일, 지난 2월25일 변론을 종결한지 38일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11차례 변론기일 중 8차례 직접 출석하기도 했다.
"사필귀정" vs "납득할 수 없는 결정"…尹 아직 승복 메시지 없어
헌재의 결정에 대해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선고 직후 "너무나 정당하고 당연하다. 사필귀정"이라고 밝힌 반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결과까지도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만 밝혔다.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
법조계는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에 대해 대체로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폭력 사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헌재 결정은 주권자의 뜻을 확인한 것이며,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지당한 결론"이라고 했다.
대한법학교수회도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을 국민은 환영한다"면서 "오늘 헌재가 준 헌법의 교훈을 되새기고 정치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핵심과 그 절차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정치권에선 오는 6월 3일이 조기대선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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