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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5 (화)

프랑스 "대미 투자 중단" 스페인 "관세 지원금"… 유럽서 '트럼프 관세 대응책'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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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스페인은 대응책 발표 '앞장'
이탈리아 '신중론' 등 엇갈린 반응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매긴 유럽 국가들이 저마다 대응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보복 성격의 '대미 투자 중단'(프랑스)부터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세 피해 보상금'(스페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다자간 무역 체계가 급속도로 빠르게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착륙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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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긴급회의 소집해 "미국 투자, 보류하라"


미국이 유럽연합(EU)에 '관세 20%'를 부과한 3일(현지시간) EU의 양대 경제 강국인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기업의 미국에 대한 투자 중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미 수출 기업 대표 및 고용주 단체를 긴급히 소집했다. 이 자리에는 항공우주·화학·와인·자동차·제약·패션 등 프랑스 주력 산업 분야 대표가 모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향후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은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며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을 때 유럽의 주요 기업이 미국 경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을 "잔인하고 근거 없다"고도 비판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약 470억 유로(약 75조5,556억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6%에 해당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은 이 결정으로 더 약해지고 가난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인구가 약 4억5,000만 명인 EU라는 거대 시장을 미국이 놓친 셈이라면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호관세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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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 "피해 기업 지원 등에 22조 원 패키지"


스페인 정부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보전하는 데 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3일 연설을 통해 "약 141억 유로(약 22조3,667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발표하며 "특정 지도자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사회적 다수의 돈으로 지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관세 피해를 입는 기업들에 약 60억 유로(약 9조5,117억 원)의 공적 대출을 지원하고, 관세 영향을 크게 받을 자동차 부품 산업 일부를 향후 EU 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방위 산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을 펼 계획이다. 주요 산업 현대화, 스페인 상품 홍보 등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스페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스페인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올해 최대 43억 유로(약 6조8,208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체스 총리는 "미국 관세는 의심스러운 재정 정책으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수를 올리려는 핑계"라는 거친 비판도 내놨다.

'정권교체' 독일·'10% 관세' 영국 등은 '선 대화'


정권 교체기인 독일은 뚜렷한 조치를 발표하는 대신 '대화로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은 대립이 아닌 협력을 원하지만 협상에 실패할 경우 강력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과 달리 '관세 10%'를 부과받은 영국도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되 실패 시 보복하겠다"(조너선 레이놀즈 무역부 장관)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3일부터 자국 내 기업에 가장 덜 타격을 주면서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산업계와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산 철강, 자동차 부품, 육류 등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친트럼프 이탈리아 '신중론'... 스위스 '무대응'


'대응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파 가치관을 기반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온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미국 관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관세)은 재앙이 아니다. 우리는 공포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관세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이탈리아 RAI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는 '관세 31%'를 부과받았지만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은 "갈등 격화는 스위스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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