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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관세맨의 시계'…세계경제 불행한 역사 반복하나 [글로벌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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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위축에 전세계 대공황 유발
100년 전 스무트-홀리법과 비슷
보호 취지 관세장벽 쌓는 트럼프
전문가들 "엄청난 도박" 맹비난
올 세계 경제 침체 확률 60% 점쳐
교역국 무역 보복 가능성 상당
R공포 확산에 정책 후퇴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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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전 세계를 1930년대로 회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 정책으로 전 세계 무역 체제가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관세 정책이 관세가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19세기 당시 미국의 정책과 유사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자신의 관세 정책을 밀어 부칠 기세다. 그는 중국의 관세 부과 맞대응 조치에 "내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맞받아쳤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부를 창출하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승자는 단 한 명뿐이라고 믿고, 결코 물러서거나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美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재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논문에 상세하게 기술된 것에 기초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방법론이 제시돼 있다.

이 논문에서 미란 위원장은 "섬유산업과 같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을 통해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가 미국의 제조업에 유리하고 미국 제조업의 추가적인 해외 이전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직접 설명한 상호 관세안의 세율은 미란 위원장의 논문을 비롯한 여러 경제·통상 관련 정부기관 당국자들이 수 주간의 작업 끝에 마련한 여러 옵션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을 택했다는 것이 워싱턴포스트(WP)의 설명이다.

발표직전에야 최종적으로 정해진 상호관세 세율은 지난 1930년 당시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보다 전 세계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이 지난 1930년대보다 더 중요해졌을 뿐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각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공급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1930년대는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심각한 국제 무역 갈등이 발생했던 시기다. 미국이 1930년에 도입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과 교역하던 국가들의 갈등에 불을 붙였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 산업과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 개의 수입 상품에 관세를 평균 약 20%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연히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이 법을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캐나다 등 여러 국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하면서 국제 무역이 급격히 위축됐다. 무역 갈등은 대공황을 심화시켰고 세계 경제에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한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어떤 종류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창출될 수 있는지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자원이나 제품이 미국 제조업과 아주 깊숙이 연관돼 있는 중요한 점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UC 어바인의 게리 리처드슨 교수는 "트럼프 정권의 관세 정책은 엄청난 도박이고 역사적인 사례와 비교해서도 정말 잘못됐다"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의 연구원 마이클 스트레인도 "우리는 자신의 신념에만 기반한 중상주의, 세계 경제에 대한 무지 등 무능의 조합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경기침체 경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백악관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지난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경고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엔나대의 커스틴 반드슈나이더 교수는 "무역 전쟁은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미국 교역 상대국의 보복이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스무트-호울리 법안에 대응해 각국이 시행한 정책들로 당시 미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의 산타클라라대의 크리스 미치너 교수는 "역사를 살펴보면 일단 부과된 관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이 보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트럼프의 상호 관세 부과정책이 다소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와 같은 무역 분쟁이 경제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국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협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특히 더 우려하고 있다. 상호 관세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막는데 반드시 필요한 주요 동맹국인 일본에 24%, 한국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UC어바인 리처드슨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협력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많은 것들이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상황을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아직 정책 변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

AEI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정책에서 후퇴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10%를 부과하는 상호관세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주요 교역국이면서 '최악 국가'로 분류된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를 개별 국가와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엄청난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하는지에 달렸다"라고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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