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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충격에 원자재값 출렁…세계 경기 비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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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연일 하락세…4년 만 최저치

WTI 60달러 이하…골드만 "내년 말 51달러"

구리·니켈 등 기초 원자재도 일주일새 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메가톤급 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원유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 후폭풍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무너져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리와 같은 산업계 기초 원자재 가격도 일주일 사이 10% 넘게 떨어졌다. 세계 경제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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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4년 만에 최저치…WTI 60달러 밑돌아

8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배럴당 59.58달러로 전장 대비 1.12달러(1.85%) 하락 마감했다. WTI 가격이 6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62.82달러로 전장보다 1.39달러(2.16%) 급락해 60달러 선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면서 4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이후 WTI는 약 17%, 브렌트유는 16.2% 떨어졌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관세전쟁은 불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5일부터 전 세계 교역 상대국에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를 부과했다. 이날부터 한국을 포함한 80여개국에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가 9일(미국 동부시간) 0시 1분을 기해 발효됐다.

원유와 같은 일부 품목은 직접적인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전반적인 경제 위축 우려는 원자재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고, 에너지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도 시장을 짓눌렀다. 금융서비스 기업인 스톤엑스의 알렉스 호즈 시장전략 담당은 “이번 상황은 세계 경기침체를 시사하는 시나리오”라며 “에너지 수요 감소에 대한 공포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공급 확대는 원유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OPEC+는 5월부터 증산 규모를 하루 41만1000배럴로 시장 예상치를 약 3배 웃도는 수준으로 높여 잡았다.

국제유가는 더 하락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12월까지 WTI는 58달러, 브렌트유는 62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내년 말에는 WTI 51달러, 브렌트유 55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장기적으로도 유가 하락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오는 12일 10년 만에 진행하는 이란과의 핵 협상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협상 타결 시에는 공급 증가로 인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실패 시에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과 공급 차질로 인해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직접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외무장관은 간접 협상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압박했다.

구릿값 하락세…‘주식 쇼크’에 귀금속 매도세

금속 시장 역시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는 이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현물로 t(톤)당 전장 대비 0.83% 감소한 8621.34달러에 거래됐다. 구리 현물은 지난 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낙폭이 10.7%에 달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5월물은 이날 전장 대비 1% 감소한 파운드당 4.11달러에 거래됐다. 구리 선물 거래가는 지난 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총 17.8% 급락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구리 수요가 증가하지만, 경제가 둔화하면 수요가 줄어 들기에 구리 가격의 하락은 경기 위축에 대한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의 크리스 베리 컨설턴트는 “구리는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며 ‘경제학 박사 학위가 있는 금속’이라 불린다”며 “경제에 비용 부담이 커지면, 구리 가격부터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산업계 기초 원자재인 이차전지 핵심 소재 니켈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현물로 t당 1만3968.47달러로 거래돼 지난 2일 이후 11.3% 하락했다.

관세 충격에 글로벌 주식시장 쇼크로 원자재 시장에서도 귀금속 매도세가 이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지난 2일보다 5.6% 떨어진 트로이온스당 2990.20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은 선물은 14.3% 떨어져 트로이온스당 29.69달러에 거래됐다.

은의 경우 산업용 금속으로도 쓰고 있어 하락세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보다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른 곳에서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다른 자산들과 더불어 귀금속을 매도했다”며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조차 이달 초에 도달했던 사상 최고치에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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