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관여 가능성 크지 않지만...
우크라 '국제사회 관심 환기' 활용할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합류해 싸우던 중국인 2명을 포로로 붙잡았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 밝히면서 포로 한 명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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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합류해 싸우던 중국인들을 포로로 붙잡았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포로 영상까지 공개했다. 중국인의 러시아군 합류에 중국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는 '중·러 군사 협력이 심상치 않다'고 몰아가는 분위기다. 중국인 포로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을 자극하고, 다시 이를 통해 미국의 대(對)러시아 압박을 끌어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적자들, 우크라 영토에서 붙잡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에 소속돼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던 중국 국적자 두 명을 포로로 붙잡았다"며 "이 일은 우크라이나 영토 도네츠크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인이 2명 이상이라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포로로 잡힌 중국인들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보안국(SBU) 등이 조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중 한 명의 모습이 담긴 23초짜리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속 남성은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듯 '붐붐붐'과 같은 의성어를 동원하고 포박된 두 손을 휘적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러 군사 협력 심화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이란, 북한에 이어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또 다른 국가가 됐다"고 말하는 한편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중국을 개입시킨 건 전쟁을 끝내지 않고 더 싸우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공식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에서 활동하는 반면, 중국인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붙잡혔다는 점도 부각했다.
(왼쪽 사진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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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심각성' 부각하며... "미국·유럽 대응하라"
중국 측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정부가 병력 파병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영국 등 서방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살상 무기도 지원하지 않은 중국이 병력부터 보냈다고 보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파병했을 경우 뒤따를 서방의 반발과 제재를 중국이 감내해야 할 이유 또한 크지 않다.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여러 국가에서 모집한 용병 중 중국인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중국 개입설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전장에서 열세인 가운데 휴전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국면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러 협력 견제를 명분으로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우크라이나에 없지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인 포로 관련 사안에) 미국, 유럽,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모두의 반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러 벨고로드서 작전 수행 중" 첫 인정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벨고로드에 침범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쿠르스크와 가까운 벨고로드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건 쿠르스크 수세를 타개하고 전선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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