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식뷔페 식당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 지하 식당에서부터 지상 밖으로까지 이어져 있다. 황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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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내수 침체로 외식과 생필품 물가가 치솟은 데다, 트럼프발(發) 관세‧환율 압박까지 더해져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다. 저가 뷔페를 찾아다니거나 할인이나 떨이 제품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먹고 마시는 회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혼술을 즐기는 것으로 음주 문화도 바뀌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3.6% 올라 평균 상승률(2.1%)을 웃돌았다.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 상승이다. 외식은 3% 상승해 두 달 연속 3% 이상 올랐다. 직장인들의 대표 점심 메뉴인 비빔밥(1만1308원), 냉면(1만2115원)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도 많이 올랐다.
식품업체에 햄버거‧커피‧치킨 등 프랜차이즈까지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물가 상승 요인이 된 가공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유통업계에선 “그간 정부의 압박에 눌려있다가 눈치 볼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가격을 올리기는 좋은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식뷔페 식당 내부가 밥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황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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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풍경도 달라졌다. 떨이 제품이나 할인 제품 판매가 부쩍 늘었다. 마켓컬리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야채를 모아서 파는 못난이 채소 ‘제각각’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배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7일 연어회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배 넘게 팔았다. 최대 50% 할인을 한 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구매를 망설이던 제품들이 할인하면 ‘쌀 때 쟁여놔야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음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은 4년 전만 해도 도매(음식점 등 유흥업체 소비) 비중이 60%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소매(할인점 등 가정 소비) 비중이 60%로 늘었다. 식당들도 '저녁 장사' 활성화를 위해 6000원을 받던 맥주‧소주값을 2000원 선까지 내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최근 발생한 경북 지역 산불로 먹거리 인플레가 신선식품까지 번질 것으로 우려한다. 국내 사과 면적의 9%가 소실됐고 자연산 송이는 사실상 올해 수확이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끼니는 매일 먹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가계 부담은 확 커진다”며 “관련 부처가 수급 상황‧가격변동을 수시로 확인하고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황수연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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