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도 원화만 유독 약세...1500원 초읽기
①위험자산 분류 ②中 위안화 동조 ③정국 불안
'떠나는 외인'에 코스피 1년 5개월 만 2300선 붕괴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뚫은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달러 환율이 표출되는 전광판 앞으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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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된 9일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1,480원 선을 돌파했고, 코스피 지수는 1년 5개월여 만에 2,300선이 무너졌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밀려오는 형국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으로 마감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종가 기준 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전일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에서 출발해 한때 1,487.6원까지 치솟았다. 관세 전쟁으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퍼지면서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는데도, 원화 가치는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도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02.20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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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는 무엇보다 ①원화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탓이 크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가 강해지자 일본 엔화나, 유로화, 금 등에 돈이 몰리고 있다. 엔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엔·달러 환율(145.38엔)은 이날도 전일 대비 2.12% 또 내렸다. 엔화 강세로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원화값은 1,020.91원을 기록했다. 2022년 3월 17일(1,022.27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고, 전날(998.68원)보다 22.23원이 급등한 것이다.
②중국 위안화의 약세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위안화를 절하하고 있다. 이날도 달러당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04% 올린 7.2066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2023년 9월 이후 최저로 끌어내렸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가 위안화 약세를 따라가는 동조 현상을 보인다. 관세전쟁으로 중국이 추가로 위안화 절하에 나선다면 원화값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③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이후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7일 CDS 프리미엄은 5.665bp(100bp=1%포인트)로, 23개월 전인 2023년 5월 4일(46.5bp) 이후 가장 높다. 원화값 약세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얕아졌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상호관세 폭풍은 증시도 뒤흔들었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1.74% 내린 2,293.70으로 마감해, 2023년 10월 31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2,400선이 붕괴된 지 이틀 만이다. 외국인이 약 1조5,000억 원어치 주식을 내던진 영향이 컸다. 지난달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후 이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0조 원 안팎 투매했다. 기관도 704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팔자' 행렬을 이어갔다. 개인이 9,395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막아내진 못했다. 코스닥은 2.29%나 하락한 643.39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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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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