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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1390억원 쓰는 대통령경호처는 누구를 경호했나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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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대통령경호처는 이번 탄핵정국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정부조직 중 한곳이다. 자의적 해석을 앞세워 한남동 관저를 요새로 만들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기도 했다.

# 이를 두고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몇몇의 일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視리즈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두번째 이야기 대통령경호처의 맹목적 추종 편이다.

수사당국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대통령경호처를 향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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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법원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12·3 내란 사태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사방을 방어한 '한남산성(윤석열의 한남동 관저를 빗댄 용어)'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때 논란의 도마에 오른 정부조직이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경호처는 윤석열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을 막는 '인간 저지선' 역할까지 마다치 않았으니, 그렇게 불릴 만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직후인 1월 5일엔 경호처장이 얼굴을 드러내고 대국민입장문을 발표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 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모욕적인 언사는 삼가 달라…."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경호처가 내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매몰됐다는 거다. 경호처장 사직 이후 실세로 등장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한술 더 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김 차장은 3월 2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 윤 대통령에 대한 위해 우려가 많다" "공수처가 사전에 영장 제시나 고지 없이 무단으로 정문을 손괴하고 침입했다" "윤 대통령의 불법 지시도 없었다" 등 대통령을 비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참고: 법원은 이날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문제는 視리즈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검찰' 편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김 차장의 주장대로 경호처는 대통령만을 위한 조직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경호처는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정부조직 중 하나다. 경호처에서 일하는 경호관은 '국가공무원법 2조'에서 규정한 특정직 공무원이다. 다른 공무원처럼 정년도 보장받는다. 경호처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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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경호처의 확정예산은 1390억4800만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970억원 대비 43.3%나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15.8%)와 문재인 정부(2017~2022년·6.2%)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율이 가파르다.

특히 인건비와 운영비가 크게 늘었다. 열린재정의 2025년 대통령경호처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인건비는 635억원이다. 2022년 대비 110억원 늘었다. 이 기간 경호처 직원이 12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1명당 인건비가 몰라보게 증가했단 얘기다.

여기에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도 있다. 82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활비(총 82억5000만원)는 삭감됐지만, 경호처는 그렇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들이 해외에 많이 나간다는 게 이유였는데, 납득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도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에 사용하는 비용을 마구 써댔다. 2021년 138억1800만원이었던 '요인 및 국빈경호활동 비용'은 올해 305억110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165억7100만원과 비교하면 84.1%나 증가했다. 경호행사지원 비용 역시 2022년 289억원에서 2024년 563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호처를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대통령경호처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성훈 경호차장.[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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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야당은 경호처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경호처가 정권의 친위부대 역할을 하는 걸 예방하기 위해 내란이나 외환 혐의로 대통령에게 구속·압수·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땐 경호 대상에서 (대통령을) 제외해야 한다는 법안도 10건이나 발의됐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호처를 경찰청 소속으로 변경해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상관없이 대통령경호처가 안고 있는 의혹은 반드시 해소해야 할 사안"이라며 "총기 사용 지시 의혹, 경호처 간부의 보복성 인사, 비화폰 단말기의 통화기록 삭제 지시 등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호처가 보인 행동은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며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전락한 경호처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또 똑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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