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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금)

[밀착카메라] "하늘에서 신혼생활 잘하고 있지?" 유족이 버텨온 100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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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최악의 여객기 참사, 어느새 100일이 넘었습니다. 희생자 가운데는 결혼 한 달도 안 된 신혼부부 노상훈, 윤휘수 씨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신혼집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기자]

아파트에 벚꽃이 흩날립니다.

새 가전, 새 가구.

부부의 설렘이 가득한 이 신혼집은 100일 동안 시간이 멈췄습니다.

집주인은 신랑 노상훈, 신부 윤휘수 씨.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신혼여행을 마치고 제주항공을 타고 무안국제공항으로 돌아오려다 끝내 이 집에 오지 못했습니다.

[노상혁/고 노상훈 씨 동생 : 여기가 형 신혼집인데…혼인신고를 하고 집을 하면서 리모델링도 다 하고, 가전 가구를 사들이고 3일 살다가 여행 가서…]

상훈 씨 동생은 형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오래 건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상혁/고 노상훈 씨 동생 : 사고 당일부터 장례 들어가기까지 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형은 너무 상태가 안 좋다 보니까 거의 150 몇 번째로 나왔거든요. 더 보고 싶은데 저도 무서워서 솔직히 못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미안한 거예요, 형한테. 그 모습조차도 나라도 많이 오랫동안 담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게 형한테 많이 미안하고, 지금도.]

휘수 씨 언니는 한강 공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 나무 앞에서, 저 다리 위에서 동생 부부의 모습을 직접 촬영한 때를 잊지 못합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여기는 제가 작년에 동생이랑 제부 웨딩사진 찍어준 곳이에요. 그때도 이렇게 날씨가 좋았거든요. 그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식인데 '둘이 같이 나란히 서 있는 것 찍어야 하지 않아?' 그래서 '여기 서봐' 해서 찍어준 거거든요. 딱 여기서…]

어렸을 땐 동생과 참 많이 싸웠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둘도 없는 자매였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어렸을 때는 엄청 때리고 싸웠죠. 제가 머리 다 뜯어놓고. 동생은 여기 다 할퀴어놓고. 제 동생이 머리숱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항상 그거 보면서 미안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너무 뜯어놨다 생각해서요.]

그런 동생이 이젠 곁에 없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택시 타고 무안까지 갔어요. 무안으로 가는 내내 그냥 계속 기도했던 것 같아요.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거죠, 사망자 숫자가. '휘수 많이 다쳤으면 어떡하지' 그냥 그 정도 생각만 하고 가고 있었는데…]

만약 곁에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안아주고 싶어요. 안아주고 싶고…그냥 보내기 싫어요.]

참사 100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엔 국화꽃 대신 봄꽃이 놓였습니다.

차가운 겨울에 희생된 179명도 따스한 봄의 순간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휘수야, 나 네 덕분에 TV 나온다. 언니 신혼집 들어가 봤어. 진짜 너무 좋더라. 제부랑 잘 지내고 있지? 너무 보고 싶다. 안녕 안 해. 안녕 못 하겠어.]

유족은 이 봄이 반갑고도 야속하다고 말합니다.

그날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활주로에 핀 벚꽃이 반갑지만 이 봄꽃을 이젠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이 더 그리워져서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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