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금)

산불에 산사태 위험 2백 배 커지는데‥산사태 위험지도는 그대로?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앵커 ▶

얼마 전 사상 최악의 산불로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이 났던 지역은 산사태 위험이 많게는 2백 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데요.

산사태 위험을 표시하는 산사태 위험지도에는 정작 그 해의 상황이 제때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류현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상북도 안동의 한 산등성이입니다.

새까맣게 탄 나무들이 줄기도 잎도 없이 앙상하게 늘어섰습니다.

가까이 가 봤습니다.

뿌리 채 뽑힌 나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졌습니다.

[양대성/한국치산기술협회 산사태연구실장]
"<어떻게 이렇게 되죠?> 토사가 고정할 수 있는 능력이 산불 때문에 사라지기 때문에 이렇게 나무가 옆으로 다 뉘어서 고사하게 되는 겁니다."

뜨거운 열기에 토양 속 수분이 날아가면서 붙잡는 힘이 약해져서입니다.

뿌리에 붙은 흙을 움켜쥐자 가루처럼 바람에 날립니다.

비가 내리는 상황을 가정해 물을 뿌려봤습니다.

땅 속으로 쉽게 스며들지를 못합니다.

[양대성/한국치산기술협회 산사태연구실장]
"지금 토양 표면이 재로 다 덮여 있는 상태입니다. 비가 오게 되면 이 빗물이 토양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밖으로 이제 넘쳐 흐르는 그런 상태가 되고…"

숲은 나뭇잎에 의한 '우산 효과'와 나무 뿌리가 땅 속 깊숙히 서로 얽혀 흙은 고정하는 '그물 효과'로 산사태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산불로 이처럼 흙이 푸석해지고 나무들이 불에 타 버리면 산사태 위험은 최고 2백 배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언뜻 봐서는 아직 꼿꼿이 서 있는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아래를 보시면 뿌리가 이미 타버려서 비가 내리면 흙과 함께 휩쓸려 내려갈 수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산불에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응은 한 발 늦습니다.

산사태 위험도를 표시한 '산사태 위험지도'는 산림청이 매년 2월에 1년 주기로 갱신합니다

주로 봄철에 발생하는 대형 산불의 영향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산사태 위험지도를 보면 경북 울진은 위험도가 낮은 푸른색입니다.

그런데 그해 3월 울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산사태가 피해가 뒤따랐지만, 위험도가 반영된 건 이듬해였습니다.

[임호선/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실제 산사태에 노출되는 기간에는 산사태 위험지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행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민들께 더 예측 가능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지 않을까…"

산림청은 올해 산불 피해 규모가 큰 만큼 합동 조사를 실시해 산사태 위험도에 우선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 영상편집 : 권시우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취재 : 김승우 / 영상편집 : 권시우 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