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작년 8월 연희동 사고뒤 계획 발표
지난달 명일동 사고뒤 자료 요구에 “비공개”
집값 영향 준다는 이유 거론했지만
지하 정밀조사 자체가 없어…“내부 참고 수준”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지반침하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구성운영한다. 국토부는 위원단에서 지반침하 사고와 관련된 토질 및 기초 터널지하안전 분야 등 전문가를 12명 추려 사조위를 구성하고 오는 31일부터 5월30일까지 2개월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지반침하(싱크홀) 사고 현장 모습. 2025.03.30. 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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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 이후 서울시의 싱크홀 위험지역 조사 자료, 이른바 ‘싱크홀 지도’에 대한 공개 요구가 높아졌지만 서울시가 집값 영향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해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이 지도가 싱크홀 위험도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부실한 자료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정밀한 지질조사를 거쳐 제대로 된 ‘싱크홀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날 땅 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30일 오전 도로 침하가 발견됐다. 국토교통부 서대문구청 등 직원들이 인근 2개 차로를 막고 굴착을 마친 뒤 지반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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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직후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지반침하 우려를 과학적으로 종합 분석하고 수치화한 지도”라며 연내 구축을 예고했다. 이후 지도를 만들었지만, 최근 강동구 사고를 계기로 지도 공개 요구가 나오자 “부동산 가격 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집값 때문에 위험 정보를 숨긴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9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시가 만들었다는 싱크홀 지도는 단순히 지하 시설을 서면 조사한 자료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질조사나 레이저 탐사 등은 빠져 있었다. 지도 이름도 ‘지반침하 안전지도’에서 ‘우선정비구역도’로 바뀌었다. 지하철역, 수도관, 가스 배관 등 지하 시설 밀집 지역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표시한 수준이었다.
31일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서울시 땅꺼짐 탐사대가 탐색하고 있다. 2025.3.31.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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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만든 우선정비구역도가 대형 싱크홀 예방에 실효성이 없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 정밀 조사 없이 단순히 시설 위치만 조사한 자료로 깊이가 10m에 이르는 싱크홀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가 만든 자료는 기껏해야 수도관 누수 여부나 ‘포트홀’처럼 자동차 바퀴가 살짝 빠지는 작은 지반침하 가능성만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8일 “처음에는 땅속을 파악하고 싱크홀을 예측하는 지도를 만들고자 했지만, 현재 이를 구현할 기술이 없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며 “내부 참고 자료 수준이라 공개됐을 때 괜한 오해가 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자료를 부실하게 만든 탓에 공개를 꺼렸던 셈이다.
한편 서울시가 사고 직후,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의 터널 공사가 명일동 싱크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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