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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스님 “사소한 것 깊이 바라봐야 삶이 더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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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꽃비 오니 봄날이다’ 출간 간담회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내일

“지금 행복해야 내일도, 미래에도 행복”

동은스님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카페에서 ‘꽃비 오니 봄날이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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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에게 주어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찾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 수도 있다. 일상이 기적이고 가피(부처의 자비)다.”

삼척 천은사 주지 동은스님은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카페에서 열린 산문집 ‘꽃비 오니 봄날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사소한 것의 소중함과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동은스님은 40여 년 전 혈액암을 앓았다. 죄짓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치료하기 힘든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억울해 방황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떠돌다 출가하게 됐다.

“죽음을 앞두니까 저절로 간절해지더라”며 당시를 회상한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쳐 가는 사소한 것들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행복은 저녁노을이다.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기에 그것을 놓치기 일쑤다’라는 말처럼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동은스님이 스물네 가지 ‘사소한’ 주제와 관련해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019년 교계 스님에 진광스님과 함께 연재했던 글을 모아 2년 전 펴낸 책 ‘사소한 것은 없다’에 새로운 글과 그림을 더해 이번에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그 중 한 주제가 출가를 결심하고 지리산 토굴에서 지낼 때 도반스님이 준 ‘찻잔’이다. 40년도 넘은 투박한 찻잔이지만 여전히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찻잔을 보여주면서 동은스님는 “힘들 때 차 한 잔씩 하다 보면 당시의 힘들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일반 찻잔이 아니고 나한테는 스승이 되는 찻잔”이라고 말했다.

‘일주문’에는 옛날 동해에서 산을 넘어 천은사로 온 신도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 폭설이 와 교통이 마비됐는데 쌀까지 이고 와 일주문 아래 잠시 앉은 신도들은 불평 대신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젊었을 땐 애도 업고 왔다”며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절의 출입문 격이지만 대문이 없는 일주문은 들고 나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입차문래 막존지해(入此門來 莫存知解, 이 문에 들어올 때는 알음알이를 버려라)’라는 글이 큰 메시지를 전한다. 동은스님은 “내가 아는 것은 옳고 네가 알고 있는 건 틀린 것이라고 하니까 싸움이 나는 것”이라며 “다 비우고 들어와서 기도하고 나갈 때는 맑고 좋은 기운을 가득 채워서 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의 사람과 사물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사소해 보이던 대상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동은스님은 이런 사소한 것들을 깊이 바라볼 수 있어야 삶이 더 소중해지고, 인생의 깊은 의미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동은스님이 ‘꽃비 오니 봄날이다’에 등장하는 찻잔을 소개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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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찾아올 수 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가르침도 울림을 준다. 동은스님은 “내 책의 주제를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 행복 나중 행복, 지금 고생 나중 고생’이다. 일이 생겼을 때 해결해 가는 게 우리 인생 같다”며 “지금 고생이 나중에 올 행복을 담보로 한다고 생각하면 평생이 고생이다. 지금 행복해야 내일도 모레도 행복해 일생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또 행복을 위해선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이 생긴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고 내 능력껏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동은스님은 “자기의 능력치를 빨리 알아차리고 현실에 적응하는 게 좋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주변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일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것만 내 길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 다른 것을 하다 보니 더 잘 맞고, 더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치를 알기 위해선 수행, 명상, 기도, 산책 등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통해 생각을 가라앉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대통령 탄핵과 파면, 정치적 분열을 겪은 데 대해선 “나라의 지도자는 개인의 생각이나 정치적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먼저 국익과 국민을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정책을 펴 나가면 좋은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있었다”며 “국민의 상처가 빨리 치유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꽃비 오니 봄날이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봄날은 다시 돌아온다”는 스님의 말은 모두에게 위로와 온기를 전한다.

‘꽃비 오니 봄날이다’ 표지.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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