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목)

무너지는 자영업자…연체율·채무조정 신청 급증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취약자영업자 43만명…차주 8명중 1명

저축은행 연체율, 9년6개월만에 최대

새출발기금 신청 12만명…1년새 2배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달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입구역 인근 상가가 공실로 방치돼 있다. 2025.03.10. hwang@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연체와 폐업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3일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한 충격파가 국내 경제 전반에 번지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저축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1.70%다. 2015년 2분기(11.87%)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3.67%로, 2014년 2분기(3.69%)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 '금융 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혹은 저신용인 차주)는 42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 차주(311만5000명) 중 13.7%를 차지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은 125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9조6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11.16%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2022년말 4131만원으로 감소한 후 지난해 말 4157만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높은 자영업자 비중 등 구조적 요인에 더해 서비스업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말 4242만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체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 소득은 2020년말 3983만원에서 지난해 말 3736만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평균 대출은 2억500만원에서 2억2900만원으로 늘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신청자도 급증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누적 신청자는 11만9768명, 신청 채무액은 19조368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달(5만8946명, 9조5186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채무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2중, 3중으로 빚을 내며 대출을 돌려막고 연체를 이어가다 낮아진 신용도에 불법사금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부업협회가 발표한 '2024년 불법사금융 피해구제 실적'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593명의 불법사금융 연 평균이자는 503%에 달했다. 평균 대출금액은 1100만원, 평균 거래기간은 49일이었다.

협회에 따르면 사채업체들은 원급보다 많은 이자를 냈음에도 야간 시간대에 문자와 전화로 독촉하며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칼을 들고 찾아간다"는 협박까지 하며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대출 당시 확보한 가족·지인 연락처로 전화해 대위 변제를 강요하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민간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확대와 채무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정책서민금융을 당초 계획보다 1조원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원 수준으로 공급한다. 대출규제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금융기관 중금리대출도 지난해보다 3조8000억원 증가한 36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도 강화한다. '평잔 30% 이상'이면서 전년대비 규모가 축소되지 않도록 했던 기존 기준에 '신규취급액 30% 이상'을 추가했다.

불법사금융에 빠져드는 대출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불법사금융예방대출'도 운영한다. 기존 '소액생계비대출'의 명칭을 '불법사금융예방대출'로 변경하고 연간 공급 규모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렸다.

연 환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연이율 100%)를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규정,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무효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 만으로 계약 자체를 전부 무효화하는 제도는 금융관련법령상 최초다. 개정안은 오는 7월 22일 개정 대부업법 개정에 맞춰 시행된다.

당국은 연체 이후의 전 과정에 걸친 개인채무자 보호 규율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대한 6개월의 계도기간도 오는 16일 종료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제도화(사적 채무조정) ▲연체에 따른 과다한 이자부담 완화 ▲채권매각 규율 강화 ▲불리한 추심관행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국은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단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일 "최근 내수경기 부진, 보호무역주의 조짐 등으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울 경우 가장 먼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이 서민·취약계층"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과도한 채무부담을 완화하고,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