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위한 반대만" 임기 내내 적대·불만
야당 향한 속내 드러난 4가지 장면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피청구인(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며 적시한 결정문입니다. 결정문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는 쓴소리도 담겼습니다. 제20대 대선부터 대통령 취임, 탄핵까지 윤 전 대통령을 취재한 기자의 시선에서 그에게 국회와 야당이란 존재는 어떠했는지, 협치와 통합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되짚어봤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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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임 1년 만에 돌변… 정권 퇴진 외친 야당, 적이었다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 2022년 3월 10일 당선 인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취임 후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을 적으로 봤습니다. 취임 1년이 갓 지나 대통령 입에서 “반국가세력”이라는 분열의 언어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통합의 정신이 깃들어야 할 광복절 경축사는 그야말로 분열의 언어로 점철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대통령의 거친 언사였습니다. 그래서 광복절 즈음 그의 주변 인사에게 윤 전 대통령의 속내를 물었습니다.
“국민통합도 협치도 헌법적 가치라는 전제 위해 논할 수 있는 겁니다.” 윤 전 대통령의 뜻을 전한 한 인사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삼권분립, 글로벌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정권이 출범한 지 한 1년도 안 됐는데, 정권 퇴진을 외치고 탄핵을 한다고 해요? 법을 어긴 것도 없는데?” 민주당의 정권퇴진 구호를 “대선 불복 행태”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먼저 야당,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거나 국정운영의 협조를 구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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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재명은 범법 혐의자... 대화가 되겠느냐”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표와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취임 2년 차 당시 또 다른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는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범법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얘기하는 것에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만나는 모습이) 국민이나 사법부에 어떻게 비치는가의 문제도 대통령으로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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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골치 아픈 국내 정치... 해외 순방과의 온도 차
대신 윤 전 대통령은 외교에 열중했습니다. 취임 직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고, 2023년 4월 미국을 국빈방문해 한미동맹을 격상시켰을 뿐 아니라 바이든과 끈끈한 '케미'를 보여줬습니다. 일본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부러운 시선을 보낼 정도였으니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방미 한 달 전에는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결단해 한일 관계를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맞은 취임 1주년 즈음, 한 여권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골치 아픈 국내에 있기보다 해외 순방을 선호했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특히나 온도 차가 큽니다. 해외에서 이룬 성과는 대우를 안 해주고, 국내 정치 문제로 유독 비판이 많아요."
#4. "간첩들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
윤 전 대통령은 늘 주변에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토로를 했다고 합니다. 위에 서술한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 야당 대표에 대한 반감, 국정 운영에 반대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계엄에 대한 평가를 떠나 2년 7개월간 정말 국익을 위한다고 일에 전념을 했는데, 야당은 늘 자신을 비난하고 부정하고 깎아내리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적개심으로 가득 찬 윤 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 점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고는 헌재 최후 진술에서까지 "간첩들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야당을 겨눴습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꾸짖었습니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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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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