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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토)

"그 영상 어딨지?" AI가 순식간에 찾아내고 편집까지 [2025 NAB SHOW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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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지 않은 영상도 AI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편집

거대한 영상 아카이브, AI 활용하면 간단하게 검색

실시간으로 감정까지 살려 외국어 더빙해 라이브 방송

〈미국방송협회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 박람회 '2025 NAB SHOW'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박람회엔 전 세계 1100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약 5만5000명이 방문했습니다. JTBC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번 박람회의 핵심은 AI입니다. 카메라 제조사든 프로그램 제작사든 너도나도 AI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어도비(Adobe)였습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와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는 부스 곳곳에 '영상 편집을 위한 AI'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AI로 없는 영상 만들어 콘텐츠 편집하는 과정 시연

어도비는 실제 영상 편집을 하면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가 이미 방 안에 어느 정도 들어온 상태부터 촬영을 했을 경우, 기존엔 이 지점부터 편집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 밖에 있는 장면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최신 프리미어는 일부 구간을 AI로 새롭게 생성해 냅니다. 아직 수초 정도로 짧은 수준이지만, 완성도가 꽤 높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어도비는 '영상 편집을 위한 AI'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다양한 기능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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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는 기존 영상을 손을 주머니에 계속 넣고 있는 장면으로 바꾸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고글이 벗겨졌는데 안 벗겨진 것처럼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뉴스에선 활용할 수 없지만, 드라마 등 다른 영역에선 활용도가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영상 검색 기능도 신선했습니다. 수많은 영상 자료 중 '오버헤드샷(마치 사람이 위에서 아래를 보는 것처럼 촬영) 음식 클립'이라고 입력하니 AI가 해당 영상을 정확하게 찾아냈습니다.

영상 속 대사로 검색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프랜시스 크로스맨 어도비 프로그램 시연 담당자는 "누군가 인터뷰에서 '원숭이'라고 말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인터뷰를 정확히 찾아준다"면서 "과거에는 감독이 '그 장면 기억나?'라고 물으면 편집자는 어딘지 몰라서 오랫동안 찾아야 했는데, 이제 그런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상 속 남자 배우의 고글이 바람에 날아갔지만, AI로 고글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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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는 박람회 현장에 프로그램 교육장을 만들어놓고 크리에이터들에게 AI 편집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어도비는 AI로 자막을 달거나 간단한 자동 편집 기능 등을 공개한 바 있는데, 현장 관람객들 사이에선 "AI 편집 품질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영상 콘텐츠 아카이브도 AI로 손쉽게 검색 가능

어도비보다 한발 더 나아간 AI 검색 기능을 공개한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트웰브랩스(Twelvelabs)와 모먼츠랩(Momentslab) 등입니다. 특히 트웰브랩스는 한국인 이소영 씨가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모먼츠랩의 AI 시스템을 작동 중인 모습. 영상 콘텐츠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등을 자동으로 요약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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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AI로 콘텐츠 검색, 분류, 요약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방송사 콘텐츠 아카이브 검색 기능 등은 이미 여러 곳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방송사의 방대한 영상 콘텐츠 아카이브에서 '사막 위를 달리는 자동차 영상'을 검색하면, 어떤 영상의 몇 분 몇 초에 해당 부분이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영상을 하나하나 보면서 찾아야 하는 일을, 별도의 분류 표기가 안 된 영상에서도 곧장 찾아내는 겁니다.

트웰브랩스 이소영 공동창업자는 "AI 검색 시스템이 거대한 영상 아카이브를 보유한 방송사 등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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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공동창업자는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선 한 번에 큰돈을 내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해 부담이 작다"면서 "지금은 사람이 영상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고, 더 오래된 영상들엔 아예 그 과정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인물 검색'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정 인물 이름을 검색하면 그 인물이 포함된 영상들을 찾아낸다는 겁니다. 영상 제목이나 내용에 해당 인물 이름이 없는데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소영 공동창업자는 "프라이버시와 국제법 등에 따라 스포츠 등 특정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직 외부 공개하진 않았다"면서 "해외에선 안면 인식 관련 규제가 매우 엄격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말이든 외국어로 실시간 더빙해 라이브 방송까지

딥더브(Deepdub)란 회사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딥러닝과 더빙을 합친 회사명처럼 AI 음성 더빙을 전문으로 합니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은 핵심 기능이 실시간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원본 음성의 감정선 등을 잘 살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음성 녹음 파일을 외국어로 더빙하는 건 여러 업체에서 손쉽게 가능하지만, 실시간으로 감정까지 살려서 외국어로 더빙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딥더브는 실시간 AI 외국어 더빙 기술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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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크라코프스키 딥더브 기술 설명 담당자는 "무엇이든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언어의 음성으로) 바꿀 수 있고, 대부분 굉장히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면서 "또 하나 좋은 점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여러 국가에 각국 언어로 손쉽게 유통할 수 있는 셈입니다.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이전엔 'AI로 이런 신기한 것도 하네'라고 단순히 보여주는 정도였고, 무엇보다 어색한 부분이 많아 실제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를 비중 있게 쓰긴 어려웠다"면서 "지금은 AI가 빠르게 발전해 운영 효율화와 실제 수익화 단계까지 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 김동준 영상편집기자)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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