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질환이 외관상 건강해 보이고 검사상 뚜렷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꾀병'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섬유근육통은 진단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통증과 피로감이 심화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섬유근육통의 원인부터 증상, 치료법까지 차례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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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흔한 만성 통증 질환, 섬유근육통
섬유근육통은 전신의 근육, 인대, 힘줄 부위에 만성적인 통증과 압통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다양한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증상이 관절통이나 류마티스관절염과 비슷해 혼동되기 쉽지만,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비염증성 질환이기 때문에 혈액검사에서도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남성보다 약 7~9배가량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추신경계의 통증 조절 이상, 호르몬 불균형,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이 관련 인자로 거론된다. 가장 주목받는 가설은 중추신경계의 통증 조절 시스템 이상이다. 정상적인 경우, 통증 자극은 뇌에서 조절되며 감각이 완화되도록 조절되지만, 섬유근육통 환자는 이러한 통증 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미약한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을 느낀다. 이를 '중추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라고 한다.
유전적 요인도 연관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섬유근육통 환자의 형제·자매는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최대 13배까지 높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통증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카테콜아민 등과 관련된 유전자 다형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바이러스 감염,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90% 이상은 광범위한 전신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은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서 시작돼 점차 전신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통증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데, 욱신거림, 찌르는 듯한 느낌, 얼얼함, 타는 듯한 통증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정형외과 전문의 신동준 원장(나래병원)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온몸 여러 곳이 아프고, 누르면 심한 통증이 있는 압통점이 있다"라면서 "몸에서 18군데 압통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적어도 11군데에서 통증이 유발된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압통점은 후경부, 흉추부, 요추부, 어깨, 가슴 등 척추를 중심으로 넓게 분포한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충분히 자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만성 피로감을 느낀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며,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기능의 저하도 동반된다. 이로 인해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적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감별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핵심
섬유근육통은 X선이나 MRI 등 일반적인 영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까다로운 질환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쇼그렌증후군, 베체트병, 류마티스 다발근통 등 유사한 자가면역 질환들과의 감별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 다양한 진단 방법이 활용된다.
운동의 경우 매일 부드러운 저강도의 운동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이정찬 원장(서울조인트내과의원)은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수영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추천한다"라면서 "필라테스나 고강도 운동은 유연성과 근력을 충분히 키운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그 외에도 인지행동치료나 명상 등 정서적 안정을 돕는 요법도 함께 시행하면 통증 조절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명상, 요가, 심호흡 등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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