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화 대비 저평가된 원화
美 과격한 관세정책 여파 달러화 약세
2025년 들어 달러인덱스 3년 내 최저 수준
환율은 아직 1420원대… 찔끔 절상 그쳐
수출 의존도 높아 미·중 갈등에 취약
내수 부진·컨트롤타워 부재 등 큰 영향
시장에선 “최소 5% 이상 저평가” 분석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 99.40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초 100대에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올해 1월13일 장중 110.164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 11일에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99.01까지 떨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관세정책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안전자산인 달러의 신뢰도를 흔들면서 ‘셀(sell) 아메리카’ 현상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13일(한국 종가 109.870)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10.53% 평가 절하됐다.
1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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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화 가치는 그만큼 오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13일 1470.8원에서 전날 1424.1원까지 하락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6일(1419.2원) 이후 넉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달러 대비로는 3.2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유로화(11.56%)와 일본 엔화(10.50%)가 달러 대비 10% 넘게 절상된 것과 대비된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된 중국도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0.65% 올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달러인덱스 100포인트 부근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350원 이하”라며 “현재 원화는 글로벌 달러 대비 최소 5% 이상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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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가 회복되지 않는 이유로는 미·중 관세 전쟁에 취약한 경제구조와 국내 정치·경제 불안이 꼽힌다. 이 연구원은 “유로화나 엔화와 달리 한국 원화와 동남아시아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 관세정책에 대한 민감도 차이”라며 “유럽과 일본은 경제규모도 크고 미 관세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대미, 대중 수출의존도가 큰 데다 아직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지난 8일 달러당 7.428위안까지 올라갔다”면서 “위안화는 우리 수출 경기와 밀접해 원화 가치는 위안화 절화와 동조화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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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우려, 아직 남아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것도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관세 전쟁 여파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9거래일 연속으로 11조원 넘게 매도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2.5(일주일 이동평균)로 집계됐다. 2000년 1월1일부터 현재까지의 장기평균을 0으로 가정할 때의 상대적 수치로, 6개월 전만 해도 마이너스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가파르게 치솟아 같은 달 14일 12.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월 하순 1.4로 안정됐으나 이달 초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로 다시 올랐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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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을 앞둔 정국 혼란은 각종 경제지표와 환율에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민혁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미·중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국내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회복돼 수출과 국내 소비, 투자가 살아나야 원화 가치도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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