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토)

"내 인생은 망했어요"...이국종 '탈조선' 발언 진위 논란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탈조선’을 운운하며 현 의료체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고 알려지며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2일 포항 동방 해상에서 자유의 방패 연습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시 해상 전상자 탐색구조 및 합동의무지원 훈련에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오른쪽)을 비롯한 구조·의무대원들이 중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인원 이송이 가능한 해군 항공기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온라인에 ‘이국종 교수 군의관 강연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이 병원장은 최근 충북 괴산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평생 외상외과에서 일했는데 바뀌는 건 하나도 없더라. 내 인생 망했다”라며 과로로 사망한 고(故) 윤한덕 교수를 언급했다.

이 병원장은 국군대전병원 지하 창고를 독서실로 개조했는데, 거기서 (공부한) 군의관 한 명이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너무 기특해서 내가 플래카드까지 달아줬다.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탈조선해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병원장은 의정 갈등과 대형 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가 맞다”며 “전공의 짜내서 벽에 통유리 바르고 에스컬레이터 만드는 대형 병원이 돈 달라고 하니까 수가 올리라는 말을 ‘개소리’ 취급하는 거다. 사실 움집, 텐트만 있어도 다 진료받으러 온다”고 했다고.

이 병원장의 발언이라고 알려진 이 같은 내용에 “이국종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며 취지에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진 반면,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특히 이 병원장이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먹는 나라”라는 등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진짜 이국종의 발언이 맞냐”며 갑론을박이 일었다.

‘조선’, ‘조선인’은 지난해 9월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온라인에 패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일부 의대생이 사용한 표현으로, 당시 보건복지부는 게시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한편, 강연 중인 이 병원장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려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SNS에 “‘제 인생은 망했어요’ 수화기 너머 이국종 교수의 음성은 차갑고도 서글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한 마디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의 인생은 그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할진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무얼 잘못한 걸까”라고 덧붙였다.

의료 개혁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국종 교수님도 외상센터에서 열심히 일하시다가 적자라는 문제 때문에 결국은 병원을 나오게 된 거고 외상외과라는 과가 단순히 이국종이라는 사람 혹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개인의 밥그릇이 아니라 외상외과 센터도 어느 정도 수입이 있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수익 구조를 개선해서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나쁜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지난해 6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관한 입장을 공식 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얼마 전까지는 미용으로 의료 관광을 육성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필수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한국 필수 의료는 초토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소아과 예약이 너무 힘들어 오픈런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내가 의대생일 때 대비 현재 소아과 전문의는 현재 3배가 늘었고 이 사이 소아의 수는 급감했다”며 “그러면 진료가 쉬워야 하는데 소아과 전문의는 다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의대생을 200만 명으로 늘린들 소아과를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병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사는 강의식이 아니라 선후배 간 1대 1 도제식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함부로 많은 수를 양성할 수 없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과 의사인 이 병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를 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렸다. 지난해 12월 10여 년 간 몸담았던 아주대학교 병원을 떠나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