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토)

트럼프發 상호관세 충격...韓 산업 재편 시나리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복에 또 보복…미중 무역 전쟁 전면전
70개국 관세 유예에도 품목관세는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세계 경제가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이 곧장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질서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개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지만 머지않아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다.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돼 한국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상호관세 역시 임시 유예 조치일 뿐 한국에 예고된 상호관세 25%를 부과할 경우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대혼돈에 빠진 점도 변수다. 한국 내 공장뿐 아니라 값싼 노동력을 찾아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공장을 옮긴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수출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사업 재편 시나리오를 들여다본다.

매경이코노미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미·중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예고했던 국가별 상호관세가 지난 4월 9일(현지 시간) 발효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나 싶었다. 한국은 25% 관세 대상에 포함됐고 베트남(46%), 태국(36%), 대만(32%), 인도(26%), 일본(24%), EU(20%) 등도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다.

중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104%의 관세가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자 추가로 50%포인트를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앞서 부과된 ‘펜타닐 유입 차단 미협조’ 명분의 20% 관세까지 더해졌다.

중국은 곧장 맞대응에 나섰다. 4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총 84%의 ‘맞불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중국에 104%에 달하는 관세를 물리자 기존 관세율(34%)에 50%포인트를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 군수 기업 16곳에 군수용과 민간용으로 함께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도 내놨다. 희토류 수출 역시 통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중국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04%에서 21%포인트 더 높이는 대신, 협상에 나선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이지만 관세율을 전격 낮춘 것. 이에 따라 한국 상호관세율도 90일간은 기존 25%에서 10%로 낮아졌다. 다만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세계 경제 ‘R의 공포’ 쓰나미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면서 세계 경제에 ‘R(경기 침체)의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중국 이외 국가 관세 유예 방침이 나오기는 했지만, 국가별 협상 결과에 따라 더 큰 관세 폭탄이 투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미국 관세 부과가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 JP모건체이스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전가돼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노무라홀딩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예상치인 2.1%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영국 바클레이스도 올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0.1% 역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관세 인상으로 약 2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경기 침체와 실업의 여파로 미국 가계 소득이 가족당 5000달러(약 743만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다. 25%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철강 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 대수는 413만대로, 이 중 수출 대수는 278만대(67%)에 달한다. 미국만 놓고 보면 대미 수출 대수는 143만대로, 전체 수출의 51%를 차지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63억5778만달러(약 9조2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철강 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25% 관세를 부과받으면 국내 철강 산업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5호 (2025.04.16~2025.04.2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