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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아랍, 이스라엘 장관 '알아크사' 기도에 분노…수습 나선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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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성전산 정상서 공개적으로 기도…
    이-요르단-팔 '현상 유지' 협정에 따라 유대인 기도 금지,
    요르단·사우디 "국제법·국제인도법 위반 행위" 비판 성명

    머니투데이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이타미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정치·종교적으로 가장 민감한 성지인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유대교 성전산)에서 유대인 방식으로 기도하고,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해 아랍 국가의 분노를 샀다. /사진=벤그비르 장관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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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이타미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에서 정치·종교적으로 가장 민감한 성지인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유대교 성전산)에서 공개적으로 올려 아랍 국가의 분노를 샀다.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50여년간 유지된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3자 합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합의를 유지하는 이스라엘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성명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CNN·BBC 등에 따르면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예루살렘 동부 성전산 정상에서 1250명의 동행자와 함께 유대교 방식으로 기도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다. CNN에 따르면 벤그비르 장관은 유대교의 성전 파괴 기념일인 '티샤 베아브'를 기념해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기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정복'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전산은 유대교에서는 솔로몬·헤롯 성전이 놓였던 가장 중요한 성지로 여겨지는데,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 예언자가 승천했다는 장소로 세계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만큼 종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요르단이 성지 수호·관리 권한을, 이스라엘이 출입 통제권과 치안권을 각각 맡는 '현상 유지'(status quo)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에 따라 유대인의 성전산 방문은 가능하나 기도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기도는 무슬림만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대인 방문객이 성전산을 방문해 기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이타미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에서 정치·종교적으로 가장 민감한 성지인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유대교 성전산)에서 연설하고 있다. /영상=벤그비르 장관 X

    팔레스타인 종교부는 벤그비르 장관의 성전산 기도 영상 공개에 즉각 "팔레스타인을 넘어 전 세계 무슬림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슬람 성지들은 극우 정부의 보호를 받는 정착민 단체(이스라엘)들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했다. 요르단 외무부는 "(벤그비르 장관의 성전산 기도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도발이자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이스라엘 관리들이 당국을 무시하고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한 것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비판한다. 이러한 행동은 분쟁의 씨앗을 제공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벤그비르 장관이 이전에도 성전산을 방문한 적 있지만, 이스라엘 현직 장관으로 이곳에서 공개적으로 기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알자지라 등 아랍 매체에 따르면 2023년 알아크사 사원에서 유대인과 아랍인들 간 충돌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현재 2년 가까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 전쟁으로 확산했다는 분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전산에서의 '현상 유지'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벤그비르 장관의 이번 기도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벤그비르 장관은 앞서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금융자산 동결 및 입국 금지 등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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