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아이들에게 '자유의 시간'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도 늘어난다. 문제는 그럴수록 '사이버 불링' '디지털 성범죄' 같은 범죄의 고리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괜찮겠지" 하고 안심하는 순간, 아이들이 범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내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무얼 하고 있는지 부모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여름방학 기간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사이버 불링’에 노출될 위험성도 높아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초ㆍ중ㆍ고교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은 '자유의 시간'이다. 학교에서 벗어나 늦잠도 자고, 게임도 실컷 하고, 친구들과 SNS로 소통하며 사이버 세상을 누비기도 한다.
그만큼 스마트폰 사용량도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ㆍ고등학생의 일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평일 4.7시간(이하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사ㆍ2020년 기준), 주말 6.6시간이란 점을 감안하면, 방학기간엔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30~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큼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나 '디지털 성범죄'가 아이들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사이버 불링이란 SNSㆍ메신저ㆍ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모욕ㆍ비방ㆍ따돌림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이버 불링 문제가 대두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단순한 욕설이나 따돌림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온라인 계정 탈취' '사칭' '딥페이크 영상 합성'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피해자의 얼굴을 영상에 합성하는 범죄가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교사와 부모의 관리가 느슨해지는 여름방학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이버 불링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 실제 사례 몇가지를 살펴보자.
# 초등학생 A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익명의 형 B로부터 "게임 랭킹을 올려줄 테니 계정을 공유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게임 랭킹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계정을 넘긴 A. 이후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B가 A의 계정으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욕설과 비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졸지에 A는 사이버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했다.
# 또다른 고등학생 C는 믿었던 친구 D로부터 사이버 불링 피해를 입었다. D가 C의 SNS 계정에 몰래 접속해 사적인 대화 내용을 캡처한 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이버 불링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다. 그중에서도 미성년자를 유인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이를 악용해 성적으로 학대ㆍ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온라인 그루밍은 대부분 가해자가 성인인 경우가 많지만,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경우도 더러 있다. 언급했듯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피해자가 초기에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기 쉽다. 실제 온라인 그루밍 피해를 당한 중학생 E의 사례를 보자.
# E는 SNS에서 인연을 맺은 20대 남성 D와 이른바 '썸'을 탔다. D는 얼굴 등이 보고 싶다며 E에게 사진을 요구했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E는 몇차례 응했다. 그런데 D의 요구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다. 급기야 신체의 주요 부위 사진까지 보내달라고 했다. 이상함을 느낀 E가 거절하자 D는 "네 학교 친구들에게 그동안 보내온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E는 결국 경찰에 가해자를 고소했다.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법이 규정한 명백한 '범죄'다. '성폭력처벌법(제13조ㆍ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7ㆍ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방과 대응 모두 중요하다. 먼저 필자는 방학을 전후해 아이의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점검할 것을 추천한다. 아이의 오프라인 활동만큼 온라인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을 하고, 누구와 대화하는지, SNS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아이에게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의 위험성'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의 중요성' '부적절한 콘텐츠 공유의 범죄 위험성' 등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둘째, 아이가 피해를 입었을 때 부모에게 곧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놔야 한다. "'이상한 메시지'나 요구ㆍ협박 등을 받을 경우 반드시 부모나 어른에게 알려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건 그래서 중요한 교육이다.
셋째, 피해가 이미 발생했다면 부모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 빠르게 신고해야 한다. 또 SNS나 메신저에 남아 있는 대화 내용을 캡처하고, 계정 접속 기록 등을 증거로 확보하는 건 기본이다.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는 분한 마음에 가해자가 보낸 메시지나 게시글을 삭제하면 자칫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현실에서의 폭력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만큼 사이버 공간의 위험성은 생각보다 더 크다. 많은 아이들이 지금도 어른들이 모르는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당신의 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답은 이미 나와있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