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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건설면허 취소? '영업정지'도 못했다 : HDC현산·GS건설 대형 사고 後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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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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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12일 국무회의 현장.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참모진에게 산재 사망 사고의 '직보'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산업 안전 사고'를 신경 쓰겠다는 뜻이었다.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일주일 새,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2명이나 사고를 당한 이후 나온 발언이었다.


    #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는 건설업계의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아쉽게도 경고는 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까지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건설사들이 대형사고를 터뜨려도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나름의 법적 기술을 갖고 있어서다. 여론의 공분을 일으킬 만한 대형사고를 치고도 '영업정지 처분'을 합법적으로 피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대표적이다.


    # 대체 어디에 '법적 빈틈'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가 '사고 친 건설사들이 빠져나가는 기술'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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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산업 재해 발생 기업에 강력한 행정처분을 예고했다.[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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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긴장한 건설사들은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대형 사고를 냈던 건설사 중에서 '영업정지'를 제대로 받은 곳도 거의 없다. 더스쿠프가 '사고 친 건설사'의 소송 이력을 추적했다.


    2025년은 산업재해(이하 산재) 대응의 새로운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산재 발생 시 강도 높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건설면허 취소,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 현행 법적 처벌 수위를 넘어 '입찰자격 영구박탈'까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대형 건설사 중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며 현행법의 함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노동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돌아가셨을 때 영업정지를 건의할 수 있는데 이 요건을 1년에 일정 인원 이상 등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건설업은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2023년 기준 재해 통계에 따르면 재해 사망자의 4명 중 1명(24.1%)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가장 위험한 현장이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곧바로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다. 일례로 3~4년새 대형사고를 낸 건설사 중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드물다.


    ■ HDC현산 사고의 추적 =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대표적이다. HDC현산의 사업장에선 2021년과 2022년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1차 사고는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발생했다. 이날 도시정비사업을 위해 철거 중이던 빌딩이 도로를 덮쳤는데, 시민 17명이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2차 사고는 7개월 후인 2022년 1월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터졌다. HDC현산이 시공 중이던 아파트가 붕괴하면서 노동자 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두 사건을 이유로 HDC현산은 서울시로부터 각각 영업정지 8개월(2021년), 영업정지 1년(2025년) 처분을 받았지만, 법망을 활용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나씩 살펴보자. HDC현산은 2021년 '학동 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자 곧바로 '영업정지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영업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HDC현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영업정지 8개월'을 둘러싼 다툼은 본안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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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4년이나 흐른 올 4월 1심 판결이 나왔는데, HDC현산이 패소했다. 그렇다고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이 떨어진 건 아니다. HDC현산이 항소해 이 사건은 2심에서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기준으론 4년, 행정처분을 기준으론 3년이나 지났지만,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시점은커녕 시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두번째 사고로 받은 '영업정지 1년 처분'은 어떻게 됐을까. 흐름은 비슷하다. 사고 발생 3년 후인 2025년 1월 일부 관련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HDC현산 경영진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주 전에 터졌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결론이 나오자 서울시는 5월 HDC현산에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HDC현산은 2021년 학동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영업정지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번에도 '인용 결정(HDC현산 주장 수용)'을 내렸다. 이 사건 역시 본안(영업정지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다투는 중이어서 언제 결론 날지 알 수 없다.


    다만, 이 지점에서 살펴봐야 할 건 또 있다. 영업정지 처분이 떨어지더라도 '사고의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란 점이다. 영업정지와 무관하게 기존 현장에선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GS건설 사고의 추적 =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 이후엔 뭐가 좀 달라졌을까. 2023년 GS건설의 현장에서 터진 사고를 추적해보자. 그해 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광역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2024년 2월 국토교통부는 GS건설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GS건설 역시 영업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때에도 GS건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미뤄졌다. 현재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의 취소를 둘러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2024년 11월 또다른 사고가 터졌다는 점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철거 작업이 이뤄지던 도중 굴삭기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담당부처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 포스코이앤씨 사고의 추적 = 이제 이 대통령이 언급해 논란의 도마에 오른 포스코이앤씨의 사고를 추적해보자. 2025년 1월 경남 김해 신축 아파트 현장 노동자 사망, 4월 경기 광명시 일대에서 공사 중인 지하철 신안산선 붕괴 사고, 4월 대구 아파트 공사 현장 노동자 사망, 7월 경남 고속도로 건설 현장 노동자 사망, 8월 4일 경기 광명 고속도로 건설 현장 외국인 노동자 감전 사고…. 한해가 다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만 해도 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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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기에 어떤 행정처분이 떨어지든 포스코이앤씨엔 기회가 있다. HD현산, GS건설처럼 가처분을 걸고, 본안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러는 사이 대중은 대형사고를 잊고, 해당 건설사는 큰돈을 벌어들인다. 이 때문에 "산재가 발생하면 엄단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생각만큼 큰 효과가 없는 '선언'에 그칠 수도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은 산재에 적극 대응하는 정부의 행보를 반기면서도 "현장 노동자들이 죽고 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대책의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선언적 경고보단 '법적 빈틈'을 막는 게 먼저란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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