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아닌 내란 정당" 프레임 강화
해산 청구 시 여당 '독재' 역풍 우려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남 무안군 민주당 전남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45차 전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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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해산론'의 불씨를 앞장서 활활 키우고 있다. 취임 일성부터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뒤 강성 본색을 내뿜으며 '야당 타도'를 거리낌 없이 외치는 중이다. 야당을 코너로 몰아세워 국정 주도권을 선점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내란 프레임'으로 치러보겠다는 계산도 있어 보인다. 다만 현재 법체계상 정당 해산은 정부만이 건의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집권여당 대표가 제1야당을 국정 카운터파트너로 인정하긴커녕 말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이 당내에서도 협치는 내팽개친 것이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해산론'을 잊을 만하면 꺼내들고 있다. 10일엔 헌법재판소가 유일하게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인용했던 2014년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끌어와 비교하며 "통합진보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 내란 선동만으로 정당이 해산되었다"며 "내란을 실행한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당원의 죄는 통진당보다 10배, 100배 더 중한 죄"라고 주장했다. "통진당 사례에 따르면 국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국힘 해산론'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취임 일성부터 해산론의 운을 떼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 여권 성향 유튜브 김어준씨 방송에 나와서는 "악수도 사람이랑 하는 것"이라며 "(정당 해산) 못할 것이 없지 않느냐"고 내달렸다. 이날도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단죄는 여야의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전한길(오른쪽 두 번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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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가 거듭 해산론을 띄우는 데는 국정 주도권 선점 측면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우리가 뭘 잘못해도 내란 책임보단 덜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야당을 내란 프레임에 묶어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계산이 강하다.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특검 수사 결과 역시 정 대표가 믿는 구석이다. 특검이 국민의힘 특정 의원들을 김건희 국정농단과 내란 계엄 방조 혐의로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관련 의혹이 입증된다면 국민의힘 스스로도 버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정 대표가 연일 "내란 특검 수사 결과에서 윤석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 구성원들이 중요 임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오히려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뿜는 배경이다.
지도부 한 의원은 "당에서 야당에 대해 세게 나가줘야 대통령실이 여의도 정치에 신경 쓰지 않고 민생 살리기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권에선 정당 해산 심판론을 거듭 제기해 야당 압박에 나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탈당과 분당까지 이끌어내 향후 여권에 유리한 정계개편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장기 구상도 흘러나온다.
정청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경태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원이 주인이다' 유튜브 라이브를 하고 있다. 장경태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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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강공모드에도 정당 해산이 실현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해산 청구권은 법무부에 있다. 정 대표가 국회도 정당 해산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그에 따르더라도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려 심의하도록 하는 '권유' 수준에 그친다. 만에 하나 심판 청구까지 이어져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정 대표의 위험한 독주가 역풍을 불러올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와 통합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다 보니 정부로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강성 지지층 입장에선 속이 시원하겠지만, 책임 있는 집권 여당 대표의 자세로는 맞지 않다"며 "여당 스스로가 정치를 사법부에 맡기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오히려 강성 보수 진영이 결집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전략이 '하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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