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신뢰’ 급선무
“미국 조야 좌파 불신 극복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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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이 조명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베트남 또 럼 공산당 서기장 국빈 방한 당시 베트남을 가리켜 ‘외국 군대와 싸워 이긴 나라’라고 말하거나, 국무회의에서 반중시위에 대한 우려를 직접 드러낸 것 등이다.
13일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베트남, 중국과 관련한 발언을 내놨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신중히 발언했어야 한다는 의견과 외교적 수사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반응이 나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럼 서기장과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은 제 개인적으로 본다면 아주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 “근세사를 돌아보더라도 외국 군대와 싸워서 이겨낸, 그리고 통일을 이뤄낸 저력 있는 국가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에서 럼 서기장과 환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맥락상 이 대통령이 언급한 ‘외국 군대’가 한미 연합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베트남 전쟁(월남전)에 참전했다. 한국군의 최초 해외 파병으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 당시 사망자는 5000여명으로, 베트남 전쟁 후유증 중 하나인 고엽제 피해자는 15만9132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위원회는 당시 후보였던 이 대통령에게 지지 선언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전국 월남전 참전자 1000명을 대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투철한 안보의식으로 월남전 참전유공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줄 것을 기대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중국 대사관 앞 반중 시위와 관련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제36회 국무회의에서 “최근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 이런 것들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대림동, 중국 외교공관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혐오 시위 이런 게 벌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모범 국가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에 결코 걸맞지 않는 모습들”이라면서 “전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면서 우리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익 그리고 국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관계 당국에 “이런 것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일부 극우 단체들의 반중 정서 표출이 극에 달하면서 중국이 공식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주한 중국 대사관은 반중 시위에 대해 “한국 측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견제 동참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 동요하는 국내 여론을 관리하는 것도 과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의 베트남 관련 발언에 “큰 틀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할 것이 많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덕담을 해줬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이 한국·미국과 전쟁했지만, 굉장히 실용적으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과도 잘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미국 조야에서는 좌파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있다”면서 “그것을 극복하려면 이번 기회에 그래도 한국이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과 같이 간다는 점을 분명히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모든 돌발 사태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고, (미국과 중국) 양 축 사이에서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가가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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