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독성과학연구소 첨단예측연구본부
할로페리돌 투여 시점 및 용량에 따른 독성 변화 그래프/사진=국가독성과학연구소 |
조현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할로페리돌'이 뇌 발달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이하 독성연)은 김기석 첨단예측연구본부 본부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인공 장기)를 활용해 할로페리돌의 유해성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7월 게재됐다.
할로페리돌은 조현병 치료에 쓰이는 항정신병약이다. 그간 성인 환자에게서 운동장애나 대사 이상, 심혈관계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나왔지만, 태아와 청소년기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뇌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뇌 오가노이드가 성장 단계에 따라 약물에 반응하는 양상을 관찰했다. 수십 일에 걸쳐 뇌 오가노이드에 할로페리돌을 노출하자, 뇌 오가노이드의 크기가 줄어들고 신경 발달이 저해되면서 신경 구조에 이상이 생겼다.
특히 할로페리돌에 의해 세포 간 신호 전달 경로인 '노치1(Notch 1)의 경로가 줄어들면서 신경줄기세포의 정상적인 발달이 방해됐다.
하지만 신경보호제인 '프로피온산'이나 노치1 활성제인 '발프로산'을 함께 투여했을 때는 뇌 오가노이드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회복됐다. 조절 물질을 함께 투여하면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독성연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간 약물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특히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약물의 신경 발달 독성을 입증한 사례로 기존 동물실험 기반 독성 평가의 한계를 넘어설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항정신병 약물뿐 아니라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 중추신경계 약물의 개발 과정에서 빠르게 독성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약물 안전성 가이드라인 개발과 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독성연 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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