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개념설계 바탕으로 혁신해야”
“추격자 전략은 다양성 앞세운 중국 앞지를 수 없어”
도전적 질문 문화 만들고, ‘스케일업’ 과정 거쳐야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4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최한 제9차 디지털인사이트 포럼에서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선진국이 만든 개념 설계를 빠르게 벤치마크하고 더 완성도 있게 구현하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에 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 산업이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패션,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모든 산업에서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한 혁신이 없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진국이 만든 개념 설계를 보고 따라하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중국은 공간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빠르게 선진국을 따라가지만, 우리는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장 대교를 짓는 짓는 기술이 있어도 더이상 지을 곳이 없는데, 중국은 넓은 땅에 다양한 장 대교를 지으면서 빠른 시간에 집중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올 초 전세계 AI 시장에 충격을 줬던 딥시크의 사례도 들었다. 그는 “중국은 엔비디아 반도체가 쓸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대형언어모델(LLM)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다양하게 시도했고 딥시크가 나왔다. 그런데 딥시크 같은 기업이 4000개가 더 있어서 지금도 계속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며 “우리는 국가대표 LLM 5개 선발했다고 하지만 그전까지 상황을 보면 네이버 한 명만 뛰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 교수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화를 만들고, 그 질문을 찾는 과정에서 실패를 전제로 한 ‘스케일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12년 무인기를 개발하다가 ‘1호 파일럿’ 시험 중 사고가 발생해서 65억원 손실이 발생하자 방사청이 연구원 5명에게 13억씩 배상하라고 했다”며 “한국에서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스케일업하는 과정이 어려운 이유”라고 사례를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젊은 대학원생들과 함께 답이 없는 10가지 기술적 질문을 던지고 도전을 독려하는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 주요 디지털 기업, ICT 유관기관, 학계 전문가 및 정부부처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최재유 포럼 공동의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인사말에서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AI·반도체, 양자, 바이오 등 디지털 기반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기술의 본질을 돌아보고, 우리 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