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의 날' 행사 열려…세상 떠난 피해자 넋 기리고, 日 사과·반성 촉구
정부 "위안부 문제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실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하는 날로,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열었다.
'용기와 연대로 되찾은 빛, 평화를 밝히다'를 주제로 한 행사에는 국회, 정부, 시민단체 관계자, 청소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7) 할머니도 함께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행사장을 찾은 이 할머니는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단 6명에 불과하며, 고령과 건강 악화로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할머님들의 증언은) 인간의 존엄과 보편 인권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가장 근원적이고 가장 준엄한 호소"라며 "생존해 계신 여섯 분의 할머님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피해자 할머님의 삶을 돌아보면 진정한 광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느낀다"며 "위안부 문제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며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분위기는 광주와 전북, 강원 등에서도 이어졌다.
광주 광산구는 이날 오전 광산문화예술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림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유관기관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기념사와 추모사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나누고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광주 서구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는 공직자 20여명이 소녀상에 하얀 국화를 헌화한 뒤 묵념했다.
전북 전주시는 이날 오전 10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광장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주시는 2015년 8월 전주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이후 3·1절과 8·15광복절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이곳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하얀양옥집에서는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하는 기념식 '기억에서 희망으로'가 열렸다.
하얀양옥집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여성작가 6인이 참여한 전시회도 열린다.
여성들에게 기부받은 옷을 땋아 만든 고보연 작가의 '헌 옷과 폐천',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담은 김윤숙 작가의 인물화 등이 전시된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 공연 보는 이용수 할머니 |
충남 천안시도 이날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김석필 시장 권한대행과 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원 등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와 고 김학순·김복동 할머니 묘역에 헌화하며 넋을 기렸다.
국립 망향의동산에는 모두 57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안장돼 있다.
천안시는 앞서 지난 8일부터 '온라인 추모관'도 운영하고 있다.
광복절인 오는 15일까지 시민 누구나 천안시청 누리집에 접속해 헌화와 추모 글을 남기며 피해자들을 기릴 수 있다.
김석필 시장 권한대행은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라며 "여성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속초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개최 |
이와 함께 경남 창원과 거제, 부산 등에서도 이날 지자체 등이 주관하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관련 행사가 열렸다.
각 행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상영, 시 낭송 등이 진행됐다.
또 강원 강릉시는 경포 3.1 독립만세운동 기념공원 안 평화의 소녀상 앞에 자율참여 형식의 추도 공간을 마련했다.
대구에서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이날 오후 7시 30분 수성구 한영아트센터에서 위안부 피해자 헌정 음악회를 연다.
행사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시민 등 200여명이 참여한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관계자는 "기림의 날 행사는 매년 개최해왔다"며 "올해에는 위안부 할머님들께 조금이라도 더 위로를 드리고자 음악회 형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나보배 오진송 유의주 양지웅 천정인 최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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